왜 왕가위?
"화양연화"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영화인 화양연화. 과거 영화관에서 뜨문 뜨문 재개봉했던 영화가 전면 리마스터링으로 2020년 재개봉을 함으로 필자와 같은 홍콩영화 마니아들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던 당시 홍콩의 감성을 찾아내며 코로나 시국 가운데비대면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이 홍콩 영화에 대해 관심이 더해지고, 특히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영화다 보니 가볍게 영화를 보려는 이들이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필자는 모두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딱히 볼 것이 없어 본 사람들도 영화를 보고 자연스레 영화가 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장센과 그 가운데 던져져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느끼며 압도당할 것이다.
자연스레 마니아들의 입에선 "역시 왕가위!"라는 탄성이 나오고, 처음 영화를 본 이들은 이러한 광적인 영화는 누가 만들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감독의 이름을 생각하려고 할 때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빨간 화면에 흰 글자로 적인 '왕가위'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여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많은 이들을 그 당시의 '추억'으로 보내주는 여전히 능력 있고 아름다운 '왕가위'의 작품과 분위기를 많은 챕터를 통하여 세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본 글은 왕가위의 인터뷰와 왕가위 관련, 기사를 근거로 작성할 예정이다.]
그렇기에 첫 번째 단계로 "왜 왕가위에게 사람들이 열광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선 '왕가위'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는 홍콩 평균 남자들보다 10cm 정도 큰 180cm 키를 가지고 있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 어느 정도의 덩치. 더하여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면 '형사'가 아닐까 생각이 되지만 형사라고 하긴엔 너무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외관을 가진 왕가위는 참으로 빨리 일을 처리할 것 같고, 쿨해 보이지만 사실 작업하는 스타일은 그렇지 않다. 그는 항상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더하여 집에만 있으며 집에서 그가 뭘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항상 그와의 대화는 거리감이 느껴지고 어렵다고 "왕가위"라는 책을 쓴 존 파워스 말한다. 그러나 존파워스는 그와의 대화 가운데 그의 프로페셔널한 측면을 발견했다. 존 파워스는 2014년 여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과에 있을 중국 패션쇼에 대해서 논의를 하려 왕가위를 만났다. 그리고 스타 감독인 당신이 그동안 어떠한 삶을 지냈는지 궁금하여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왕가위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사무실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라는 답이다. 당시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답을 하니, 역시나 우유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지만, 잠시 그의 답을 생각해 보니 존 파워스는 그가 "영화" 외에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는 프로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 왕가위를 넘어 그의 영화 촬영 스타일을 살펴보자. 왕가위는 데뷔작인 <열혈남아> 첫날에 자신에 대해 깨달았다고 한다.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서 작업을 하는 것은 자신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말이다. 촬영을 하다 스토리 라인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유덕화'가 이런 스타일의 영화 촬영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아비정전> 이후에는 같이 작품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방구석 1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들었었던 것 같다!]
하여튼 그의 영화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촬영을 하면서도 말이다.(그렇기에 촬영 기간이 엄청나게 긴 작품이 있고, 엄청 빨리 끝나는 작품 등 모든 영화의 촬영기간이 천차만별이다.) 그는 단호히 틀렸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피, 땀을 흘리며 쓴 소중한 스토리를 한 번에 엎는다. 촬영하는 배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던지, 처음의 스토리의 문제점을 발견하면서 말이다. 그의 촬영은 전혀 플롯화 되어 있지 않다. 그에게 있어서 촬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말로 할 수 없는 '느낌'이 중요하다.
이것이 "왜 양가위"라는 질문의 대답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느낌".
말로 어떻게 설명하지 못하는 "느낌". 요즘의 영화들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모든 질문의 의도는 예상이 가능하다. 더하여 영화가 인간의 '삶'을 논하기보단 발달된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좋은 것은 끝까지 잘 되고, 나쁜 것은 결국 심판받는 몇백 년 전 문학들과 같은 '권선징악' 플롯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 살아가다 보면 숨 막히고, 어질어질한 경험을 할 때도 있고, 황홀한 경험, 평생 그 시간이 유지되길 바라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경험들은 말로는 설명하긴 어렵다.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남아있지만 확실히,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원히 '느낌'으로 남는다.
왕가위는 철학자다. '삶' 가운데 있는 '영원성'인 '느낌'에 대해서 논한다. '상실'과 '아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을 논한다. '기쁨'과 '환호' 가운데 있는 '고통'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통찰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환호한다. 그의 미장센과 배우들의 연기를 뛰어넘어 영화 자체가 관객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
말하기 무서웠던 비밀들, 숨기고 싶었던 아픔, 말할 수 없던 사랑. 그 모든 것들을 해소해 주는 것이 왕가위의 작품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사람들은 '왕가위'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하여질 글을 통해서 그의 작품의 장면을 가지며 '인간'의 '삶'에 대해서 논해보려고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한 번이라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영화를 통해 조금의 위로라도 얻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