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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츠 Aug 19. 2024

모두가,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다

개념: 트레이드-오프

건강이 슬슬 걱정되는 나이다. 몸을 관리한다고 예전처럼 몸이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불편이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점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더욱 운동을 열심히 하곤 한다.


요즘 도파민이 어쩌고 저쩌고 한다. 쾌락을 추구하는 시대. 동료가 한 아티클을 공유해 주었는데 재밌었다. 지금 행복을 위해 실컷 먹으면 오히려 나중에 더 안 좋다는 그런 이야기.


어떤 연예인은 맛없는 것만 먹고서 오래 사는 건 살 이유가 없다, 맛있는 것만 먹고 짧게 살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었다.


어릴 때는 공감했던 이야기 같지만, 이제는 맛있는 것만 먹으면 몸에 탈이 잘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맛도 있으면서 몸에도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몸에 좋으면 맛을 좀 포기하거나, 맛이 있으면 역시나 건강에 별로 좋지 않거나 양자택일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게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놓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든다. 당연히 그 배경에는 자원의 희소성이 놓여있다. 만약 시간과 물리적인, 또는 기타 여러 속성들의 자원이 무한하다면? 몸에 좋으면서도 맛이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또 충분한 음식 재료와 요리사들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현재도 몸에 좋으면서도 맛이 있는 음식이 있을 것인데, 대체로 비쌀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원이 무한하다면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 될 것이다.


회사에서 주로 제휴사와 협업하는 직무를 맡고 있다. 우리의 이익은 곧 제휴사의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고, 그 반대도 많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하자면 그게 곧 '갑질'이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하려면 할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의 손해 감수와 구겨진 자존심이 수반된다.


베스트는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구조를 그리는 것일 것이다. 만약 그런 구조를 그리더라도 의사 결정은 쉽지 않다. 우리 부서와 제휴 상대방 간의 이익 파이를 키워도, 회사 내 다른 부서와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 또는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경우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옵션으로 드러나는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결국 적절한 수준에서의 의사 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회사에 돈도 많고, 시간도 많고, 인력도 많다면? 이런 트레이드-오프는 애초부터 없을 것이다.


트레이드-오프를 대하는 자세가 개인적으로 한번 바뀌었다. 기존에는 왜 하필 세상은 이런 형이상학적인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꼭 포기하게 만드는 것인가? 하고 불평을 했었다. (인간에게 죽음이 함께한다는 사실은 원초적으로 어떤 결핍과 부족함을 낳는 듯하다.)


요즘은 그냥 트레이드-오프를 상수라고 느끼며 살자고 생각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하고 그렇게 우선순위 정해가면서 맞춰나가자. 그러면 때론 내가 손해 볼 때도 있지만 이를 발판 삼아 추후 내 이익의 기회로 삼아보자. 또는 요번에 이익을 봤다는 건 다른 사람의 손해가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슬퍼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스스로도 너무나도 크게 기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금 상황이 그랬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살이가 이런 경계와 선택의 연속이며, 또 사는 재미가 이 지점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모든 게 너무 쉽게 주어지면, 무엇을 얻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잡념에 빠지고 나니, 철 없이 내가 원하는 것만 떼쓰듯 원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음으로 인해 불편해질 주위도 잘 둘러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도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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