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업무 수행의 중요성
이전 회사와 지금 회사의 다른 점은 논리적으로 일하느냐의 차이가 크다.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거칠게 나눠보자. 같은 결론이어도 그 과정은 크게 다르다.
# 이전 회사에서 자주 보는 풍경
"이거 이렇게 하면, 이렇고 저래서 어려워요."
"알아, 아는데. 후- 그냥 해라!"
"네 알겠습니다. (여전히 모르겠다.) 그렇게 할게요."
# 지금 회사에서 자주 보는 풍경
"이거 이렇게 하면, 이렇고 저래서 어려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거는 이렇게 하면 되고, 저거는 저렇게 하면 되어요. 그러면 생각하시는 부분은 해결할 수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납득 완료되었다.) 그렇게 할게요."
논리적으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이번 의사결정에서 적용된 그 로직이, 다른 비슷한 사례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업무 수행자에게, 또 조직 전반적으로 노하우를 쌓아가는 루프가 형성된다.
만약 의사결정이 논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 방향 A로 추진하자고 결정한 이 업무와 똑같은 업무가 다음번에 주어지더라도 동일하게 방향 A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의사결정자의 변덕스러운 그 맘을 읽는 스킬이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조직문화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 최소한의 상호 예의를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여 업무 소통 분위기를 원활하게 만든다.
이전 회사와 달리 지금 회사는 굉장히 수평적이다. 그런데도 만약 이전 회사처럼 제 아무리 상급자라고 해서 그냥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업무 소통을 한다면,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쉽게 형성될 것이다. 만약 남을 설득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만들고 싶다면 논리의 모습이라도 띄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수평적인 회사라도 더 논리적이라는 이유로 의사결정이 된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논리학 강의실이 아니긴 하다.
더 많은 장점도 나열 가능할 텐데, 우선 회사에서의 논리의 중요성은 이 정도로 충분할 듯 보인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일까?
소통 준비와 과정에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일 것이다. "그냥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말도 길어지고 그렇게 하라는 결론을 내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나 여러 비용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업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지못해서 설득당한 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납득이 되어서 업무 추진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면? 소통을 준비하고 설득하기 위한 그 한 사람은 조금 피곤했을지 언정 조직 전반적으로는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글쓴이의 주장은 제목처럼 "최소한 일은 논리적으로 하려고는 해야 한다."이다. 이 주장을 위해 나도 최소한 논리적인 모습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더라도 논거를 통해 뒷받침하여 이야기한다면 조금 더 설득력이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중간에도 말했지만 회사가 논리학 강의실은 아니기 때문에, 또 회사가 아닌 곳에서라도 설득은 논리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 이야기는 또 나중에 정리해 볼 일이 있을 것이다. 가령 이런 경우다. 특히 정치적인 입장의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곳에서 흔하다.
'그래, 네 말이 논리적이라는 건 알겠어. 그래도 싫은데? 이 말빨만 좋은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