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빠르게 하는 법 ①
내가 취업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딱 정해놓은 진로가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 써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진로를 정해놨다고 해도, 붙을지 여부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해서라도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지원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과 체력, 그리고 집중력이었다.
갑자기 여러 회사가 한꺼번에 채용공고를 내더니 마감일도 똑같았다. 자기소개서를 당장 쓰긴 써야겠는데, 사실 마감하기 전까지는 이게 제대로 쓴 건지 불안하기 때문에 마감 전까지 그냥 계속 고치는 과정인 거라 마감일이 겹쳐 버리는 게 제일 당혹스러웠다.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거, 이게 정말 가장 미칠 노릇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취업할 때만큼은 기업분석이라는 걸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필요했었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여러분이 똑같이 겪지 않길 바라며, 이제 회사를 다닌 지 7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 조금은 이해하게 된 이 직무라는 단어에 대해 감히 설명해 보고자 한다. 그냥 보고 이해하는 정도로 끝내지 말고 지금이라도 여러 군데 지원한다고 가정해 보고 직무분석을 해봤으면 좋겠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걸 잡을 수 있는 건 대개 준비된 사람이다.
회사에는 직급, 직책, 그리고 직무라는 단어가 있다.
직급 = 얼마나 경력을 가지고 있는가?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책 = 어느 규모의 조직을 이끄는가? (팀장, 파트장, PM...)
직무 =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영업, 마케팅, 기획, R&D, HR, 재무...)
직급이나 직책은 다들 어느 정도 익숙한 개념이지만 문제는 직무에서 발생한다. 분명 직무라는 단어도 꽤 익숙한 개념인데 왜 정작 직무는 뭔가 아리송하고, 또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을까?
그 이유는 직무라는 것은 업종, 산업에 따라 다르고, 동일 직무라 하더라도 사업 영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실제, 7년 차 직장인인 나도 내가 실제 해보지 않은 업종과 직무에 대해서는 그 일을 가늠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신 있게 직무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이유는 충분히 예상하고 이해해 볼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을 우리가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자료들을 통해 '분석'이라는 것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분석'을 하는 이유다.
'나 일 잘해' = 직무역량 인데,
그럼 그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하고 = 직무분석
그 직무에 대해 알려면 업종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고 = 업종분석
그 업종 중에 지원하려는 기업은 어떤 사업을 주로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 기업분석
이라는 걸 하는 건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하는 것은 '자료를 찾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그 자료를 아무 이해 없이 'copy&paste'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반드시 분석을 해야 한다.
직무라는 단어를 둘러싼 구조적인 프레임을 살펴보면 조금 이해하기 쉬워진다. 여기에서 이야기할 프레임은 바로 산업이다.
직무를 이해해기 위해서는 우선 그 기업이 어떤 산업군에 속해 있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를 이해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제조사, 신세계이마트는 유통업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것을 업종이라고 한다.
경쟁사라고 하는 것은 같은 기본적으로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을 이야기하는데, 가령 건설업체들은 건물을 짓는다든지, 이에 필요한 R&D, 영업 등 조직의 구성이나 형태가 유사하다. 따라서 동일업종의 직무도 거의 비슷해서 동종업계로 이직이 가능하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을 이해해야 기본적으로 직무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산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업의 본질은 상품과 고객이다. 기업이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상품(서비스)을 통해 고객의 필요(needs)를 충족시키고 그 대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2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산업을 이해하면 쉽다.
건설업은 건물을 만들어 판다.
금융업은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판다.
통신사는 유무선서비스를 만들어 판다.
유통업은 유통서비스를 만들어 판다.
뭐 이런 식이다. 당신이 관심 있는 그 기업은,
뭘 만들어 파는가?
어디에서 파는가?
고객은 누구인가?
이것이 산업을 이해하는 핵심이고, 여기까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이해하기가 편할 것이다. 문제는 바로 다음이다.
어떤 기업이든 기본적으로 1개 이상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그것을 사업이라고 하는데, 즉 어떤 상품이냐, 어떤 서비스냐에 따라서도 직무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면 아래와 같이 직무를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사업을 하는 데는 조직이 필요하고, 이를 직무라는 이름으로 구분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는 대부분이 대충은 알고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대충 알고 있는 수준에서 공부를 멈춘다는 데에 있다.
상품을 기획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고, 기술에 중점을 두어 제품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도 있다. 또 어떤 기업은 저가의 제품 시장을 목표로 하여 제품의 품질을 낮추고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기업도 있다. 그러다 보면 제품 품질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품질담당자를 최소의 인원만 두는 경우도 있다. 또 하드웨어뿐 만 아니라 OS나 어플리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애플 같은 경우는 제품 개발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풍부하게 확보해두고 있다.
자, 정리해 보자.
1. 내가 지원하는 기업은 무슨 상품 or 서비스를 만드는가?
2. 그 상품 or 서비스를 어디서 파는가?
3. 그 상품 or 서비스를 누구에게 파는가?
4. 이익이 나고 있는가? 앞으로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되는가?
5. 내가 지원하는 직무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6. 내가 지원하는 직무는 누구와 주로 일을 하는가?
동물에게 투여하는 약과 사람에게 투여하는 약은 같은 약인가? 조금 더 치밀하게 연구해야 하는 R&D는 어떤 약인가?
왜 온라인에서 파는 보험과 사람이 파는 보험은 가격 차이가 나는가? 품질이 다른가? 사후관리는 누가 하는가?
일반 고객에게 파는 의자와 기업 사무실에 납품하는 의자는 둘 다 동일한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는가?
예컨대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이익이 나고 있는가? 앞으로 장래성이 밝다고 볼 수 있는가?
내가 지원하는 영업은 한 개의 마트에서 전체적인 매출을 책임지는 일인가, 아니면 몇 개의 마트를 돌아다니며 한 상권의 매출을 책임지는 일인가?
품질관리 직무는 개발자들과 주로 일하는가, 또 다른 부서와 일을 하는가?
이걸 정의하지 못하고, 어떻게 일을 잘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저는 소통 능력이 뛰어납니다.
보다는
코오롱 인더스트리의 영업직무는 자사의 화학 관련 상품을 기업을 상대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화학 관련 기본 지식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자신하는 이유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설득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소개팅에서 '저 영화 좋아해요.'라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사람보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신다면서요? 저도 무척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잘 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다음 시간에는 이어서 '기업자료를 찾는 법'까지 마무리하고자 한다. 흔히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직무 또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것이 취준생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은 취준생이 굳이 직무에 대해 공부해 가며 자소서를 쓸 이유가 없다. 그냥 내가 가진 역량을 어필하면 되는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그중 원하는 사람을 선별하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소개팅 나갈 때 상대방이 소주보단 와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상대방이 내 맘에 든다면, 소주를 좋아하는 내가 기꺼이 와인을 함께 마시고픈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것이 직무분석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나는 지금도 영업, 마케팅, 기획업무밖에 해본 적이 없지만 다행히 다른 업종, 다른 직무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지에 대해 취준생 때 빨리 깨달을 수 있었고, 다양한 직무에 지원해서 서류에 27군데 정도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스펙이나 경험과는 관계없는 다양한 직무에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또한,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또 강의도 하고 있다. 이제 3월까지 일주일 남았다.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소서뿐이다. 인정하고, 바로 시작하자.
저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더 많은 조언이 듣고 싶다면,
친절한 히로의 취업고민상당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