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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히로 May 22. 2017

직무역량을 쓸 때 꼭 기억해야 하는 3가지

자소서 잘 쓰는 법 ⑩


오래전에 꽤나 유행했던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짝을 찾고 싶은 남녀 출연자들이 나와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 그런 내용이었다. 위의 내용은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인데, 나는 남자 3호에게서 취업을 준비하며 답답해하는 지원자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다.


남자 3호가 원했던 것은 여자 3호가 현실적인 조건을 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좋은 말이다. 스펙이라는 건 "지금 가진 것일 뿐이지 미래에도 그걸 가지고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는" 외적인 요소니까. 외적인 스펙이 없어도 나를 믿어주기를 바라는 건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내 스펙이 모자란 건 아닐까, 끊임없이 걱정하게 되는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스펙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짧은 시간에 누군가에게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바람은 이상적이고 맞는 말이지만, 외적인 '스펙'이 아닌 진짜 '내 모습'을 회사가 믿어주길 바란다면 우리는 이력서라든지, 자소서, 인적성, 면접 등의 짧은 접점에서 최선을 다해 상대방이 원하는 걸 증명해 보여야 한다.



1. 스펙에 대하여

스펙에 대해 내가 가지는 관점은 하나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스펙'은 보다 정량적이고, 보다 가시적이다. A와 B 둘 중 누가 더 영어를 잘할지 알 수 없다면 해외대 나온 사람을 뽑는 게 확률적으로 낫다. 누가 더 일을 잘할지 알 수 없다면 관련 자격증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게 확률적으로 낫다.

그래서 자소서나 면접, 인적성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어필할 수 없다면 결국 스펙으로 뽑는 게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소서, 면접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펙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리는 이유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으레 수많은 취준생들은 똑같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는 우울해한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결론을 그렇게 내리면 안 된다. '자소서, 면접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임을 어떻게든 증명해내야만 한다'로 결론을 내야 한다.



2.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혹은 그녀에게 사랑을 받고 싶을 때 우리는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를 아프게 하는 건 최선을 다한 나의 사랑이 결국 짝사랑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내가 연애 고수는 아니지만 감히 사랑이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최선과 상대방이 원하는 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책망한다. 그리고 '더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더 최선을 다하라'는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여러분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다만, 그 최선이 상대방을 위한 최선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최선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최선이어야 한다.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나'는 그냥 '나'일뿐인데, 왜 상대방에 맞춰 나를 속여야 하지? 바꿔야 하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여자 3호는 안정적인 남자를 원했다. 남자 3호는 그것이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 것이라 여겼다. 이 생각에 옳고 그름은 없다.

중요한 건, 그로 인해 남자 3호가 여자 3호를 별로라고 생각했다면 더 이상 최선을 다할 이유가 없어진 것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여전히 사랑하는 것이었다면, 그녀가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이 그걸 좋아해 주길 바라는 방식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확률상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몇 해전 내 친구가 와이프에게 프레지야 꽃다발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와이프가 본인은 프레지야를 싫어한다고 말해 서로 싸운 적이 있다. 친구는 그래도 정성인데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지만, 그 정성이 상대방이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당연히 상대방이 그걸 싫어할 권리도 있는 것이다.


'전 진짜 최선을 다했단 말이에요.'라고 말하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거짓을 말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 쓰는 자소서, 최선을 다해 임하는 면접. 그 최선에 과연 실제 그 회사에 대해 실제로 알아보고 그에 맞는 사람임을 증명하려는 최선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는 다시 한번 짚어볼 일이다.


물론 안다. 도대체 그 정보를 어디서 얻는지, 분석을 어떻게 해야할 지 어렵다는 거. 그래서 나도 내 강의, 첨삭의 8할을 이 부분에 집중한다.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니야?'도 안 된다. 상대방을 아는 데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하루 15분의 습관

기업분석 빠르게 하는 법① 직무란 무엇인가

기업분석 빠르게 하는 법② 자소서에 쓸 기업자료 찾는 법



3. 직무역량을 쓰는 것에 대하여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 상대방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펙도 마찬가지다. 스펙을 중시하는 회사의 채용방침에 불편해하는 지원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게 불편하다면 자, 스펙을 떼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아니, 그런 확신은 있는가?


이런 질문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앞으로 일을 잘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할 생각만 있다면' 자신 있게 도전해도 좋다. 회사가 신입을 뽑을 때의 기준은 절대 '직무역량'이 아니다. 바로 '가능성'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앞으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서 표면적으로 '직무역량'을 강조한다. 우리는 늘 이 말에 흔들리게 되는데, 왜냐면 우린 '직무역량'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기 때문이다.


사실 직무역량이란 이런 거다.


즉시 일을 할 수 있다
바로 성과를 낸다
다 알고 있다
협업을 잘 한다


그런데, 신입사원에게는 절대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다. 즉시 일을 할 수도 없고, 바로 성과를 낼 수도 없다. 회사에서 쓰는 용어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협업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도 쌓아야 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자소서나 면접에서,

'저는 즉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저는 마케팅 역량을 쌓았습니다', '저는 영업에 최적화된 인재입니다' 이런 말들은 공허해진다.


그러니 '직무역량'이라는 말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어필해야 하는 건 내가 '앞으로' 남들보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이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능성'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다
빨리 배운다
빨리 친해질 수 있다


이렇게 논점을 바꾸면, 앞의 얘기와 똑같아 보이지만 확연히 달라진다.

아래는 보통 일반적으로 직무역량을 쓰려고 노력하는 여러분의 자소서다. 지금 바로 일에 투입되어서 뭔가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납니다. 팀 프로젝트 당시 (누구나 해봤겠지만) 팀장이었던 저는 동료들과 (당연히) 잡음이 생겼지만, 열심히 대화를 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그래서 영업을 잘할 수 있습니다.


논점을 가능성 측면으로 바꾸면, 아래와 같이 쓰는 방식이 달라진다. 


영업관리는 판매사원들 개개인의 컨디션을 365일 최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팀 과제 당시 제가 주로 했던 것은 그저 팀원들의 불평을 들어주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저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난 팀원들은 또다시 힘을 얻고 열심히 일을 하고는 했습니다. 과제가 끝난 뒤 입을 모아 숨은 공신은 너였다,며 저를 칭찬해 주었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며, 저는 늘 경청과 배려를 최우선 팀워크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앞으로 영업관리 직무를 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내가 능력이 있다, 이런 걸 보여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왜 앞으로 이 일을 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 논리에서 중요한 건


1) 상대방(회사)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2) 내가 그 부분에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 있게 외친 후

3) 경험을 통해 그 근거를 댄다


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자소서와 면접의 가장 기본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알면서도 계속 놓치게 되는 부분이다. 열정을 왜 강조할까, 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뭔가에 성공했던 경험담을 쓴다. 성공했던 경험이 남들에 비해 약하면, 우리는 초라해진다. 그런데 사실 그럴 필요 없다. 회사에서는 당신이 지금까지 열정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성장하려는 사람인가가 궁금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여전히 어려워한다는 거 안다. 기술적인 부분들은 나 같은 사람들의 코칭을 받거나, 혹은 코칭을 받지 않더라도 부단히 노력을 통해 반드시 익혀야 한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부분들이니까, 무엇을 써야 할 지에 대한 방향성만큼은 절대 잊지 않도록 하자.


이 취업시장은 너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분명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공부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어떻게든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니 모든 잘못을 나에게 돌리지 말자. 고단하지만 지치지만 않는다면, 사춘기가 지나가듯 좋은 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벌써 5월이다. 봄과 함께 찾아온 여러분의 짝사랑이 아직 짝사랑에 머물러 있는지 걱정된다. 이 짧은 시간, 짧은 만남으로 내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해 가슴 아픈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프지만 다시 시작해 보자. 아파할 겨를이 없다.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올 테고, 사랑은 타이밍이다. 그 찰나를 위해 다시 준비해 보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저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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