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100% 활용하는 방법
"저는 특별한 경험이 없는데 어쩌죠?"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해한다. 취업은 곧 차별화다. 차별화해야만 취업이 가능하다.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차별화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험이 곧 차별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만약 그렇다면 회사에는 온통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만 가득해야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회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이 '나'라는 캐릭터를 드러내기가 더 쉬울 뿐 그 이상의 차이는 없다. 결국은 얼마나 '나'를 드러내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 경험은 설득을 위한 근거일 뿐이다
경험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자소서나 면접에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소서나 면접에서 어필해야 하는 것은 "나는 너희 회사에 잘 어울려.", "나는 이 직무에 잘 어울려."다. 경험은 그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근거일 뿐이다.
자소서에 아무 경험이나 지어 쓴다고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을 과장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오히려 경험을 과장해서 신뢰가 떨어지면, 그 어떤 말을 해도 읽는 사람이 내 얘기를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이란, "나 일 잘해.", "나 이 회사 들어오고 싶어."라고 주장하는 말에 신뢰를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오히려 신뢰할 수 없는 경험을 예로 들면 방해가 될 뿐이다. 그것은 차별화를 위한 옳은 방식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잘 전달하려면,
회사와 직무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이것이 실력임)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어서 이를 믿을 수 있게 (이것이 실력에 대한 근거임)
이 두 가지가 바로 핵심이다. 그러니까 뭐든 경험 이전에 그 회사와 직무에 대한 분석이 철저히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은 그다음인데, 경험을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은 아래의 예와 같다.
A. 대학시절, 팀 프로젝트에서 1등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팀원들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주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각자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느라 바빴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다독였습니다. 특히 저의 서번트 리더십을 통해 다른 팀원보다 더 많이 일하고, 열정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그러자 팀원들이 저를 따라 열심히 임해주었고, 그 결과 저희 팀은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B. 물류 직무는 고객 분석을 통한 수요예측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납기, 제조사의 생산 능력 등을 사전에 다방면으로 알고 있어야 하기에 평소 소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학시절 팀 프로젝트를 할 때 꼴찌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끝나고 모이는 매주 한 시간으로 발표를 준비했던 저희는 평상시에는 전혀 대화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매번 모여서 회의를 해도 전혀 진전이 없었고, 서로의 의견 충돌만 확인한 채 시간이 흘러 결국 최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실패가 좋은 경험이 되어 그 이후 협업을 할 때마다 모이는 시간 외에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의견뿐만 아니라 성향, 생활패턴 등을 알게 되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자소서가 더 나은가?
A는 '1등', '팀장', '서번트 리더십', '열정'을 강조했다.
B는 '직무역량', '협업이 방식'을 강조했다.
A는 1등으로 성공한 경험을 썼고,
B는 꼴찌로 실패한 경험을 썼다.
1등으로 성공한 경험은 나를 돋보이게 하는 데에 훨씬 유리하다. 쓰기 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결국 둘 중 누가 더 회사와 직무에 대해 많이 알고 그것을 어필하려 했는지 살펴보면, 현직자의 입장에서는 B에 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경험에서 나를 돋보이려고 하면 과장하게 된다. 과장은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 경험을 부풀려 쓰는 분량을 아껴 '직무를 잘 아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돋보이는 방법이다.
2. '생각'을 쓰면 모든 경험은 특별해진다
만약 A와 B가 직무역량이 같다면, 그리고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아는 바가 같다면, 이제부터는 경험을 누가 더 특별하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경험 자체가 특별하다면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소한 경험이라도 충분히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당신의 '생각'을 담는 것이다.
어떤 경험이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그 경험이 이 직무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고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A. 저는 인사직무 역량을 쌓기 위해 이상형 월드컵을 정기적으로 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사람이 내가 원하는 인재상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B. 대학시절, 저는 이상형 월드컵을 좋아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경험이 인사직무에서 내가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잘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극단적인 두 개의 예시다. 누가 더 나은가?
당신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나는 '이 직무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왔다'는 식으로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장의 가장 흔한 유형이다. 대학시절 영업을 하기 위해, 생산 직무를 하기 위해, 구매업무를 하기 위해 역량을 쌓아왔다고? 그런 경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나는 진짜 영업이 너무 하고 싶어서 그것만을 위해 노력해 왔어요.'라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현직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믿기 힘든 일이다. 왜냐면 평가자는 대학시절 영업을 위해 '1'도 노력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렇게 주장한들 믿을 리 없다.
이 점을 역으로 활용하면, 직접적인 경험이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얼마든지 직무에 경험을 연결시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생각해 보니'를 쓰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쌓아온 경험이 생각해 보니 이 직무에서 필요한 역량을 쌓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보니'가 중요한데,jkhu 이 시점은 경험을 했을 당시가 아니어도 좋다. 경험은 무조건 경험 당시에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참 뒤에도 얼마든지 그 경험을 떠올리며 얼마든지 깨달을 수 있다.
"3년 전에 밥을 안 먹고 다이어트를 했는데, 당시에는 몰랐어도, 3년이 지난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그건 잘못된 것이었군, " 하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경험이든 그때 당시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해 보면 훨씬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내가 정의한 직무역량에 대입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3. 사소한 경험까지 샅샅이 정리해 보면, 이내 나는 특별해진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셋째, 모든 경험을 샅샅이 정리해 봐야 한다. 마치 오픈북처럼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그래야 하나씩 꺼내어 보고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취업을 준비할 때 개인적으로 정리한 4가지 구분법이다.
1. 교내 경험
2. 대외활동
3. 자격증과 수상경력
4.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소소한 경험
개인적인 거라 위에는 잘라냈지만, 거기에는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입학식을 갔던 경험, 첫 연애의 기억, 스노보드 S턴을 처음으로 돌았던 기억 등 사소한 경험까지 정리되어 있다.
싸이월드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뒤져보면 잊고 있던 기억들이 잘 생각이 날 수도 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혹은 부끄러운 기억이든...)
그런 것들을 잘 정리하고, 내가 쓰고 싶은 역량에 맞춰 오픈북처럼 꺼내어 쓰시면, 이런 식의 자소서를 쓸 수 있다.
위의 세 가지만 잘 활용한다면, 사실 특별한 경험은 필요가 없다. 경험은 그저 나의 역량을 잘 어필하게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특별한 경험이 특별한 게 아니라 경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차별화가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경험이라도 현직자인 우리도 함께 공감할 수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는 특별한 경험이 효과가 있었다. 특별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특별한 경험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아무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이 갈 만한 경험들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일주일의 특별한 프로젝트가, 한 달의 짧은 인턴생활이, 그 짧은 시간이 당신의 역량을 대변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남의 SNS를 보면 다 행복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남의 경험은 다 특별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내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 특별한 생각을 하는 게,
쓰는 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당신이 쌓아온 지난 시간들이 결코 남들보다 헛되지 않았다는 걸 믿고 소중하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해 줄 것이다.
남은 기간 많이 지쳐있을 텐데, 꼭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다.
그리고 늘 절대 잊지 말 것.
취업은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옆사람보다 부족해도,
더 많이 어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