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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히로 Nov 29. 2016

2017년 상반기 취업 준비 가이드 1

취업하는 법 ③

아쉽지만 인정해야 한다. 2016년 하반기는 이제 끝났다.


12월, 1월에도 공고는 계속 나오겠지만, 그리고 계속 도전해야겠지만 이 도전은 2월부터 시작될 2017년 상반기의 예행연습에 가깝다.

(지금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선택의 폭이 크지 않으니 취준생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그래서 오늘은 똑같은 상황이었던 6년 전 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아마도 2010년 12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반기가 끝나버렸구나...

나는 이 사실을 빨리 받아들였다. 워낙 준비 없이 시작한 취업준비였기에 아쉬움, 허망함 그런 것들보다는 내년에도 이 상태라면, 이라는 가정이 너무나 소름 돋았다. 이제 막 끝났는데, 다음 시작까지 고작 2달 남짓.


다행히 이때의 내가 선택한 2달의 준비가 다음 시즌의 기적(44전 0승 44패 → 37전 26승 11패)을 만들어 내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는데, 오늘 이 비밀 얘기의 일부분을 과감히(?) 공개해볼까 한다.


역전하러 가자!


step7. '역량'이라는 단어의 최면에서 빠져나오다


'역량'


이 두 글자만 들어도 미칠 것 같지 않은가? 모두가 입을 모아 저 단어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너의 역량을 잘 어필했는가? 심지어 나도 맨날 이 얘기만 쓴다. 내가 서류만 줄창 떨어지던 3달 동안 끊임없이 고민했던 단어이기도 했다. 내 역량이 뭔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 뭔지, 역량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런데,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회사에 들어가면 다른 누구보다 일을 잘 할 자신이. 팀장이 시키는 일을 누구보다 빠르게 척척 해내고, 내 옆에 동기가 헤매고 있으면 가서 토닥여주며 도와주고,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 진짜 뽑히기만 하면 잘 할 자신 있는데. 날 몰라주네.


처음엔 자신 있는 마음이 컸는데, 3달이 지나니 이런 내 역량을 잘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이 커졌다. 답답했다.

한 시즌을 처참히 실패하고 나서야, 그래도 다행히 나는 이 '역량'이라는 단어의 최면에서 풀려났다.


사실 자괴감에 빠져 알바나 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겠다면서 카페 알바를 구했었다. 근데 역량이란 놈이 알바를 하면서도 필요했던 게, 카페모카 레시피를 외우고 제대로 만들기까지도 꼬박 일주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금방 능숙해지긴 했지만, 이때 비로소 '역량'의 실체를 깨달았다.


지금의 나에게 애초에 '역량'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 회사에 들어간다고 바로 일을 뚝딱뚝딱 처리한다고? 불가능하다. 역량이라는 것은 그 일을 시작해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지 그 일을 하기 전까지는 단지 '가능성'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역량이 있다고 어필할 게 아니라,

나는 입사하면 앞으로 일을 잘할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구나.


12월 초였던가, 소중한 카페의 깨달음을 뒤로 한채 나는 바로 카페를 그만두었다. 


가능성은 진짜 무궁무진하다


step8. 가능성을 설득하는 수밖에


다행히 나는 국문과여서(솔직히 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설득의 과정에 뭐가 필요한지 감을 잡기가 쉬웠다.


이른바 가능성의 삼단논법이라는 건데, 간단하다.


1. 영업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2.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

3. 고로 나는 영업을 잘한다.


여기에 '왜?'를 하나씩 붙이면 완성된다.


1. 영업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왜?) 대기업 영업은 직접 내가 물건을 파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물건을 팔게 만드는 거니까.
2.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

    (왜?) 나는 입시 논술 강사를 한 적이 있거든. 애들이랑도 말이 통하고 학부모랑도 말이 통해.
3. 고로 나는 영업을 잘할 수 있다.

    (왜?) 영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거나,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없는 애보단
              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


1번의 (왜?)를 쓰기 위해서 기업분석, 직무분석이 필요하고

2번의 (왜?)를 쓰기 위해서 자기분석, 경험 정리가 필요하고

3번의 (왜?)를 쓰기 위해서 자신감이 필요하다. (역량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이걸 깨닫기 전까지 내가 쓴 자소서란 이렇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납니다. 팀 프로젝트 당시 (누구나 해봤겠지만) 팀장이었던 저는 동료들과 (당연히) 잡음이 생겼지만, 열심히 대화를 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그래서 영업을 잘할 수 있습니다.


뭐가 다를까? 1번이 없다. 1번이 없으면, 2번에 뜬금포 자기자랑이 되는데, 그러다 보니 3번에 영업을 잘한다는 '역량'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가 된다.


영업을 잘한다가 아니라, 영업을 잘할 수 있다, 가 되어야 된다. 나는 대기업에서 영업관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야 말이 된다.


회사에 들어와 보니 더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무리 진짜 입이 쩍 벌어지는 스펙을 가진 신입사원이라도 회사의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결코 써먹을 수가 없다.

그런데 회사의 교육이라는 게 그렇다고 엄청 특별할까? 아니 그냥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설명해주는 거다. 되게 별 거 아닌데 웃긴 건 그걸 배우지 않은 모든 신입사원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다.


또 하나의 사례로 내가 6년 간 일 년에 2번씩 인턴사원의 멘토를 했었는데, 그들이 마지막 과제로 혼신의 힘을 다해 제출했던 기가 막힌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회사에서 활용하는 사례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 지금 회사 사정과 전혀 관계없는 마치 박근혜의 '내가 그래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라는 논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내린 결론.

취준생에게 역량 따윈 없다. 회사와 직무를 잘 아는 만큼 더 가능성을 설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정말 자신감이 생겼다. 뭐야, 정말 그런 거라면 스펙이니 뭐니 완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겠는데? 누구나 가능성의 관점에선 무궁무진해진다.

그리고 실제로 기적은 일어났다.


할 수 있다


step9. 기업분석, 직무분석을 남들보다 잘 하기 위한 2가지 준비


깨달음을 얻었다고 갑자기 슈퍼맨이 되진 않는다. 2달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더니, 결국 어떻게 하면 기업과 직무를 잘 알 수 있을까, 남들보다 더. (이게 바로 경쟁력이다. 역량은 경쟁력이 아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내가 2달 동안 준비한 건


1. 기업분석: 경영, 경제 공부

2. 직무분석: 직무정보 스크랩과 상상력


이었다.


1)

경영과 경제 공부는 전공 여하를 막론하고 모두들 하는 게 좋다.


회사는 사업을 하고, 우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해해야 한다. 경영학은 그걸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행여 PT면접이라도 보게 된다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Flow는 경영 마케팅 툴을 활용한다. 왜냐, 회사에서 쓰는 언어니까.

직무면접도 마찬가지. 경영 공부를 한 사람이 더 말이 잘 통한다.


그 사업을 왜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경제에 있다.

시사상식? 우리나라 시사상식의 80%는 경제와 연관되어 있다.


간혹 첨삭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이런 회사까지 아세요?

경영, 경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그냥 경제공부를 하라고 하면 막연하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난 '테셋'이라는 경제이해력테스트 시험을 봤다. 시험공부를 한다는 건 좀 더 목표가 뚜렷하니까. (테셋 홍보대사 아니다.)


2)

직무는 닥치고 많이 찾아봤다.

그냥 찾는 게 아니라 내 혼자만의 블로그에 무한 스크랩을 반복하고, 그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공통점을 계속 찾았다. 예컨대 품질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뭐 이런 걸 찾아야 합격률이 높아지는 거 아닌가? 스크랩을 많이 하고 그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그들의 비전은 뭘까, 상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원을 많이 했다. 스크랩한 내용을 이것저것 써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12~1월에도 계속 떨어짐을 반복했지만, 3월부턴 결국 붙음을 반복하게 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막상 시즌이 되면 가장 경쟁력이 되는 것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내가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분석하는 능력이다. 채용공고의 홍수 속에서 대충 내는 자소서가 몇 개나 되는가? 서류에 겨우겨우 합격했는데, 이틀 뒤 갑자기 잡혀버린 면접 때문에 공부 한 번 못해보고 가서 흘린 눈물이 얼마나 되는가?

빠르게 회사와 직무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취준생을 사기캐릭으로 만든다.


 

이 정도의 스피드!


그런데 사실 오늘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맨날 떨어지기만 하던 내가 왜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붙기 시작했을까.

분명 나아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빨리 옳은 방향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닥치는 대로 해봐야 한다. 앉아서 우울하게 뭐할지 고민만 하다간 두려운 봄을 맞이하게 된다.

돈도 아끼지 마라. 유료 자료인데 좋을지 안 좋을지 고민되면 그냥 사라. 유료 강의가 있는데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겠으면 그냥 들어라. 별로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괜찮을 수도 있잖나?

안 듣고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아깝다.


맞아, 시간이 제일 아깝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2달 밖에 안 남았다. 지금 당장 다시 준비하자.




내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리고 여러분의 앞으로의 이야기도 아직 많이 남았다.


아직 취업이 안 된 분이 있다면, 위의 상황이 혹시 지금 읽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라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망설일 시간에 행동하자. 그리고 절대 지치지 말자. 기회는 반드시 온다.


저는 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더 많은 조언이 듣고 싶다면,


친절한 히로의 취업고민상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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