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첵토크 시즌2 #08. 구산중학교 주민정 선생님과 함께(2)
책첵토크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 또는 자료를 보고 대화하는 자리로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사고하는 호스트와 함께합니다. 책첵토크 시즌 2 여덟 번째 시간은 구산중학교 주민정 선생님과 함께 책 <나쁜 뉴스의 나라>를 읽습니다. 교실 안에서 오래 뉴스 리터러시를 가르쳐 온 노하우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바라보는 교육자의 시선에 대해 듣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고민하는 다양한 접점이 만나는 대화의 기록입니다. 앞선 대화가 궁금하다면 글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안녕하신가요?>를 먼저 읽어보세요.
*대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호스트를 제외한 모든 책첵토커의 발언 앞에 화자의 직업 또는 대표 키워드를 붙입니다.
청소년 커뮤니티 책첵토커 : 집에서는 신문을 받아보지 않았을뿐더러 평소 포털 뉴스도 보지 않았어요. 뉴스 소비 생활이라고 할 만한 게 인스타그램이었어요.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기보다 배울게 많은 사람들을 팔로우해놓고 보고 있거든요. 모두가 한 이슈에 대한 분노를 끝내고 나면 인스타그램 히스토리를 보면서 일을 파악하기도 해요. 자정작용 같은 거죠. 결국 편견과 편파 속에서 내가 보는 뉴스를 자정 하는 댐을 어떻게 세우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뉴스를 꼭 봐야 하는가에는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보통 어떤 사건을 풍자하면 검색해서 풍자 포인트만 알고 덮기도 하더라고요. 이슈에 대해 맥락까지 더 알아보려고 한다면 뉴스 리터러시와 매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뉴 미디어학교 책첵토커 : 사실 요즘은 완전히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집에서 TV 채널 중에 뉴스를 틀고 있으면 재밌는 거 진짜 안 하나보다 생각해버리죠. 청소년들을 만날 때 무지함 때문에 사회를 연결시킬 수 있는 지점을 놓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어요. 각자 다른 환경과 주어지는 정보에서 개인의 진로를 찾아가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공동체의 성장과 뉴스 리터러시를 엮는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미디어교육 책첵토커 : 모두가 뉴스를 꼭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교육헌장에 명시해놓고 주입해야 하는 건 아니지요.
주민정 선생님(이하 주) : 그럼 시민이라고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미디어교육 책첵토커 : 시민이라고 바꾸더라도 투표 중 무투표도 의견을 내는 방법이니까요. 결국엔 자기가 의견을 내고 사회에 반영되는 효능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우선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 책첵토커 : 지금의 뉴스는 접하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라 공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판단하려고 하다 보니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시작된 거고요. 뉴스는 우리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우리의 삶에 당연하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주 : 이 질문의 의도는 이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성장에만 치중하다 보니 삶과 뉴스의 거리가 멀어지고 별개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개인은 사회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기에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자정 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과 사회가 따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 꼭 이 질문과 주제를 다룹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자는 감시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매체는 다르지만 하루 종일 미디어를 소비합니다. 스마트폰 없이 살기 힘들어하는 세대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제입니다.
최근 확인하지 않고 계속 복사해서 붙여 넣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강릉에 산불이 났을 때 헌 옷을 보내자는 메시지였는데, 그다음 날 '헌 옷을 보내지 말아 달라'는 기사가 나더군요. 일상생활에서도 늘 비판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능력 4가지로 필요한 정보를 찾고 걸러내는 미디어 접근 능력,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비판적 이해능력, 흩어져있는 정보를 재구성하는 창의적 표현능력, 사회의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표명하는 사회적 소통능력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소통능력을 너무 등한시했던 건 아닐까요? 민주시민으로서 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뉴스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 : 청소년들은 뉴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교실에서 나눈 '뉴스를 정의하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청소년들은 이미 이 질문의 의미를 잘 알고 있어요.
유용한 정보전달
세상의 모습을 담는 것
정부의 따까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다음으로 '국민이라면 뉴스를 꼭 봐야 할까?'라는 질문엔 찬성이 11명, 반대가 18명으로 '뉴스를 꼭 보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그 근거는 이렇습니다.
뉴스를 꼭 봐야 한다. (11명) : 뉴스를 모르면 나라가 망해도 모를 것 같아요. 뉴스를 안 보면 생명과 안전이 위험할 수 있어요.
뉴스를 안 봐도 된다. (18명) : 조작되거나 잘못된 기사가 오히려 혼란을 가지고 올뿐만 아니라 시민의 생각을 흐릴 수 있어요. 불필요한 뉴스가 너무 많아요.
왜 청소년들은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언론은 왜 이런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요? 기자는 취재보단 어뷰징 뉴스를, 기사 뒤에 누군가가 있는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된 걸까요?
책 <나쁜 뉴스의 나라> 저자 조윤호 님 (이하 조) : 우리나라에선 기업은 많이 망하지만 언론사는 망한 사례가 없습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거죠. 사람들이 아무도 신문, 뉴스를 안 본다고 하지만 이 시간에도 새로운 매체는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파이는 줄어드는데 미디어는 만들어지는 상황이 이어지죠. 이 모든 것은 뉴스의 수익구조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매체에 광고를 한다고 하면 매체의 영향력을 가지고 판단하죠. TV에 예능이나 드라마를 론칭한다고 하면 흥미로운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죠. 언론사도 가장 이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좋은 기사를 써서 구독자와 광고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사를 잘 못써서 망할 수 도 있다는 위기감이 없죠. 외국에는 오보로 소송당하고 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국에는 잘못된 기사는 내리면 끝인 상황들이 반복되니 신뢰를 잃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엔 신문과 TV 뉴스가 논거가 되었지만 지금은 논거로 뉴스를 쓰면 어떻게 믿느냐는 반문을 마주하기 십상이죠.
언론이 공적인 역할을 하려면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기관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근 제기된 국민청원 '연합뉴스에 국민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 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는 그래서 올라온 것이겠죠.
태평성대에는 언론의 기능을 느낄 수 없지만,
큰 위기가 오면 언론을 정확히 보게 됩니다.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국민은 뉴스를 소비합니다. 뉴스 보기를 포기하면 더 나쁜 상황이 도래하기 때문에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사, 언론사는 내 거라고 생각하면서 봅니다.
청소년 커뮤니티 책첵토커 :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 'KBS는 국영방송일까요. 공영방송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개념 차이를 모르겠더라고요. '수신료를 어디에 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도요.
언론전공 책첵토커 : 시민이라는 레벨까지 올라오는 데에 많은 시간과 지식과 에너지가 들더라고요. 언론을 전공하기 전 이과였을 땐 한 정치인을 욕하더라도 이유도 몰랐어요. 그래도 수능 잘 보고 대학도 잘 다녔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지적도 받지 않았어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다들 뉴스를 봤다고 하더군요. 이렇듯 계기가 없다면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 자체보다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시민의 층위에서 이야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에서 확인했습니다.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이 이 책에 있는 내용만 이해할 수 있어도 뉴스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소비자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주 : 요즘엔 드라마가 언론 역할을 하는 모습도 종종 봅니다. 드라마에서 언론을 다루면서 '각성하라'라고 말하지만 정작 언론은 그렇지 않죠. 언제까지 역할을 내주어야 할까요. 왜 드라마 속에서 넌지시 이야기해야 할까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자기 수준만큼의 언론을 갖는다
뉴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뉴스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럼 맥락을 이해하는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교사 책첵토커 : 아는 만큼 보이기에 맥락을 이해하려면 이론적인 배경이 필요한데 제 경험에서는 독서가 가장 좋은 시작이었습니다.
주 : 우선 미디어에서는 뉴미디어가 많이 시도하는 방법이지만, 기사 안에도 소비자가 파헤치고 싶으면 더 살펴볼 수 있도록 링크를 다 걸어주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다음엔 정치, 사회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교실에서는 청소년 수준에 맞는 미디어,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뉴스를 재가공해서 카드 뉴스를 만들고 스크랩을 만들어보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의 근거를 뉴스에서 가져오도록해서 뉴스를 자세히 보게 하기도 하고요. 여기서 청소년 저널리즘이 형성됩니다. 아이들도 자기만 알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영상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데 참여시키기 위해 자신의 용돈을 선뜻 낼만큼 열정적이에요. 저널리즘이 뭔지,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론으로만 아는 게 아니라 게임도 하고 인터뷰도 하면서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그러면 멋진 청소년 저널리스트가 나오지 않을까요.
교사 책첵토커 : 뉴스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오늘 온더레코드에서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대 간 생각의 격차와 갈등을 풀기 위해선 뉴스가 제대로 작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을 위해 힘쓰는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만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처럼 다 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언론전공 책첵토커 : 청소년 세대에 맞게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외면했던 문제들을 다시 접근해보려고요. 수업사례에서 청소년들의 답변을 보면서 제가 스스로 기대하지 않았을 뿐 청소년들은 이미 주체적으로 뉴스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뉴미디어 책첵토커 :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모르는 것에 대한 불편함으로부터 시작하죠. 무지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건 상대가 무지함으로써 불편을 느끼게 될 때죠. 그리고 나서야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개인의 성장으로 목표를 맞추면서 세계가 좁아지는 걸 경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계속 좁아지는 문화를 확장하기 위해선 공동체와 맞물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세상은 공동체와는 떨어질 수 없으니까요.
책첵토크 시즌2 #08. 교실에서의 뉴스 리터러시 with 구산중학교 주민정 선생님과의 대화는 여기에서 마무리합니다. 뉴스 리터러시에 관심이 있는 교사, 언론 공부를 했던 분, 기자, 뉴 미디어 학교에서 청소년을 만나는 분, 미디어 센터에서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분, 언론 교육을 지원하는 플랫폼에서 일하는 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민을 들어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첵토크의 매력, 여러분도 발견하셨나요? 오늘의 대화가 변화를 만드는 좋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책첵토커 응원합니다!
편집. 황혜지,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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