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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Jun 12. 2019

맞춤형 학습과 특수 교육의  상관관계

조금 다른 차터 스쿨, 브루클린 랩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이 학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의 학업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6학년 때 동년배 수준에 뒤떨어지는 상태로 학교에 진학하지만,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같은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학습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게다가 재학생의 30%가 특수교육 대상자이며, 해당 지역 내 평균 비중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더 놀라운 일입니다.


2014년에 문을 연 브루클린 랩(Brooklyn Lab)은 6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차터 스쿨(charter school)*입니다. 다른 차터 스쿨과는 다르게 비교적 까다로운 학습 환경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차터 스쿨은 우리나라의 자율형 공립학교와 유사한 개념으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커리큘럼 운영이 비교적 자유로운 공립학교를 일컫습니다. 커리큘럼의 자체적 운영에 따라 실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쉽고, 학생의 인종이나 성별, 재정 상황과 관계없이 입학이 가능하며 별도의 학비가 없습니다.


© 브루클린 랩 스쿨



대부분의 차터 스쿨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대가로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보고 해야 합니다. 성취 수준에 따라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지원금이 끊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성취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 보이는 학생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브루클린 랩은 맞춤형 학습(personalized learning)에 대한 신념으로 학습 장애를 겪는 학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각자의 학습 속도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 학습이란 단순히 때에 따라 모두가 똑같이 한 학년에서 다음 학년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인 에릭 터커는 본인 스스로 대학교에 가서야 자신이 난독증, 서가 장애, 집중력 결핍 장애 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공동 창립자이자 아내인 에린 모트와 함께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학교를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브루클린 랩에서는 교사가 학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고 각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맞춤형 학습은 기본적으로 특수 교육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곳의 교사들은 특수 교육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요즘의 트렌드인 개인 맞춤형 학습도 수월하게 진행합니다.


© 에단 코비


전교생은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매일 두 시간씩 교사의 밀착 지도를 받습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소그룹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사는 모든 학생을 상대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코칭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뿐 아니라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몇몇 학생이 특별 지도를 받을 때 느끼는 소외감이나 수치스러움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소규모 지도가 가능한 것은 브루클린 랩에서 운영하는 교사 레지던시(residency)와 펠로우십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교사 지망생이 해당 레지던시와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트레이닝을 받고 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수업을 2인 1조로 운영할 만한 인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브루클린 랩의 교육 철학에 공감하는 새로운 세대의 교육자들을 배출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브루클린 랩이 가진 교육 철학의 중심은 ‘모든 사람은 들쭉날쭉한 학습 곡선(learning curves)을 가지고 있다’ 점입니다. 쉽게 말해서 교과 A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더라도 B에 대한 역량은 평균 이상일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누가 무엇에 강점을 보이고 아유 취약한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각 학생의 역량을 시시때때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 에단 코비


개교한 첫 해, 브루클린 랩은 코어텍스(Cortex)라는 학생 역량 평가 툴을 개발했습니다. 각 학생의 교과별 학업 성취 수준을 트래킹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사가 개별적으로 맞춤형 과제를 부여하는 플랫폼으로 운영하면서 전교생의 성장 수준이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다른 학교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InnovateEDU라는 비영리 교육 서비스 회사를 오픈했고, 현재 30,000명의 교육계 종사자들이 코어텍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마스터리(mastery) 수준의 학업 성취 기준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교에서는 교과 별로 60~70점만 받아도 낙제를 면하고 다음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반면, 브루클린 랩은 해당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음 단계로의 진급이 불가합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매년 자동으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다가 6학년이 되었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하지?”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집니다.) 대신 소그룹이나 1:1 세션 외에도 마스터리 수준의 학업 성취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필요한 만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학을 희망하는 대학의 커리큘럼 겨냥한 과목이 있다면, 교사가 그에 맞는 필요한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맞춤형 학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에단 코비


에릭 터커는 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특수 교육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들이 소위 요즘 트렌드가 된 맞춤형 학습에 충분히 유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위 요즘 트렌드가 된 ‘맞춤형 학습’이라는 명목하에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교육 도구와 방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특수 교육 분야에서 쌓아온 지식과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결국 맞춤형 학습과 특수 교육, 두 개 분야 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협업을 통해 모든 학습자의 필요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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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소은

편집 한성은, C Program 러닝 펀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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