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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Jun 12. 2019

이것은 학교인가 회사인가

고등학교 2학년 아만다는 운 좋게도 국회의원실 인턴십 기회를 얻었습니다. 국회의원실에서 만난 어른들과 인턴십 동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 맥모닝을 사오느라 15분 지각한 전날까지군요. 아만다는 그 자리에서 해고 되었고, 그날이 바로 인턴십을 통틀어서 아만다가 가장 많이 배운 날이었다지요?


최근 몇 년 간 XQ에서 전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결과, 대학교 졸업 후에 고민할 법한 진로를 고등학교에서 먼저 체험하는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일 경험도 함께 얻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2012년 설문조사에서 기업들도 채용 시 학부 전공, 커리큘럼 이수 내역이나 성적보다 인턴십과 같은 일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기업의 니즈를 충족하기도 하지만, 결국 학생 입장에서 고등학교 때 훨씬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한 번이라도 아주 의미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죠.


*포커스 그룹(Focused Group) 인터뷰는 특정 주제에 대해 소수의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로, 진행자의 주재로 6~8명 정도의 참여자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연구 방법입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2019년 3월, 워싱턴 디씨에 위치한 고등학교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Washington Leadership Academy)와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지역의 8개 차터 스쿨*로 구성된 서밋 퍼블릭 스쿨(Summit Public Schools)이 만나 고등학교 커리큘럼 과정의 일부로써 모든 학생이 수준 높은 인턴십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각 기업이나 조직이 어떤 유형의 인턴십을 제공하는지,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필수 대인관계 스킬을 터득하기 위한 커리큘럼을 더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차터 스쿨은 우리나라의 자율형 공립학교와 유사한 개념으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커리큘럼 운영이 비교적 자유로운 공립학교를 일컫습니다. 커리큘럼의 자체적 운영에 따라 실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쉽고, 학생의 인종이나 성별, 재정 상황과 관계없이 입학이 가능하며 별도의 학비가 없습니다.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

매주 금요일은 인턴십 데이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에 다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2학기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인턴으로 일하게 됩니다. 인턴십은 국립 역사박물관이나 백악관 방문센터, 지역의 스타트업 등지에서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 아동 친화적 프로그래밍에 참여하거나 후원금이 잘 쓰이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전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됩니다.


© 크리스 챈들러


1학기: 인턴십을 맞이하는 자세


1학기 동안은 인턴십을 취득하기 전, 매주 금요일마다 아래와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칩니다.

인턴십을 통해 어떤 경험을 얻게 되는지, 어떤 결과를 기대받게 되는지 등 매칭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해

지원 가능한 인턴십 중에 선호하는 기업에 지원하기 위한 이력서 작성

이메일 작성법, 인터뷰 및 네트워크 요령, 업무 환경에 적합한 복장에 대한 학습

다양한 진학 및 진로에 대한 현직 전문가와의 대화


이러한 프로세스의 꽃은 인턴십이 매칭되는 과정입니다.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 학생들은 원하는 다양한 기업에 지원하고, 몇 개 기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턴십 기회를 얻게 되거나 혹은 얻지 못하게 됩니다. 수업처럼 받기만 하면 되는 학교 커리큘럼이 아니라 실제로 인턴십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결과에 따라 ‘취업’이나 ‘실패’를 경험하면서 실망, 슬픔, 낙담과 같은 감정을 다루는 법도 배우게 되지요.


© 크리스 챈들러


2학기: 이제부터 실전이다!


2학기에는 모든 학생이 매주 금요일마다 인턴십을 취득한 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합니다. 학교 대신 근무지로 출근해서 인턴십 담당 관리자와 체크인 합니다. 학생이라면 특정 시간대에 DC 메트로(지하철) 무료 탑승이 가능하고, DC 메트로는 도시의 대부분 지역에 모두 뻗어있기 때문에 출퇴근에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업무 관련 역량과 대인관계 기술을 충분히 배웠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피드백 세션을 갖습니다. 기업의 인턴십 담당자가 학생의 퍼포먼스에 대해 주 단위로 평가하고, 해당 학생과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 측의 인턴십 어드바이저(인턴십 프로그램 담당 교사)가 함께 동석하여 피드백 내용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인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결근 혹은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등의 비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이는 학생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습니다. 실제 일터에서 적용되는 규율과 원칙을 배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한 셈입니다.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를 방문한 시점에도 최소한 한 학생이 해고되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인턴십을 지속하는 동안 개인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인턴십 커리큘럼을 가능케 하는 교사의 역할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에서는 100여명의 모든 고등학교 2학년생이 인턴십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인력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턴십 담당 매니저: 인턴십만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학기 초에 100개 이상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인턴십 제공 기업의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인터뷰 준비 및 진행을 위한 기획을 담당합니다. 더불어 인턴십 어드바이저를 대상으로 학생의 인턴십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 코칭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인턴십 어드바이저: 고등학교 2학년 담당 교사들이 일부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으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담당 교과를 가르치고 금요일마다 약 1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어드바이저 역할을 수행합니다. 각 학생이 인턴으로 근무하는 기업에 오가며 해당 기업의 인턴십 담당자와 함께 피드백 세션에 참여합니다.




서밋 퍼블릭 스쿨

원하는 곳에서 인턴할까? 나만의 프로젝트를 열까?


서밋 퍼블릭 스쿨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 때, 하나의 선택 과목으로 인턴십 혹은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인턴십을 선택할 경우,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관련된 기업이나 조직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소설 집필이나 대학교 가이드북 제작, 사진 포트폴리오 작업 등 목적에 따라 원하는 프로젝트를 홀로 혹은 소그룹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학생 스스로 본인의 열정을 충분히 발휘하고 실제 사회에 적용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커리큘럼입니다.


© 서밋 퍼블릭 스쿨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인턴십 코디네이터가 고1, 고3 학생을 대상으로 봄 학기마다 다음 해 지원 가능한 인턴십 내용을 공유합니다. 학생들은 8주간의 선택 과목 수강 기간 동안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과목을 듣거나 인턴십에 지원할 수도,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 과목 수강 신청은 봄학기 시작과 함께 이루어집니다. 인턴십을 원한다면 지난 인턴십이 열렸던 기업 정보를 찾아 직접 연락하고, 이력서를 보내고,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까지 모두 학생의 몫입니다. 학생 스스로 본인의 관심사에 맞아떨어지는 인턴십을 찾기 어려운 경우, 인턴십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면 해당 주제와 관련된 전문성을 보유한 어드바이저 교사를 섭외하고 1년간의 프로젝트 진행 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계획서는 1년 동안 완성할 최종 산출물의 내용과 형태뿐 아니라 2주 단위로 설정한 학습 목표 및 성취 기준을 포함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생 주도의 인턴십 지원 및 프로젝트 계획 과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취업 시장에서 필요한 자기 주도성을 높이고, 대학교에 진학할 경우 전공을 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 서밋 퍼블릭 스쿨



인턴십도 하나의 필수 과목


인턴십은 Expeditions라 불리는 8주간의 기간 동안 이루어지고, 총 8주 길이의 인턴십은 분기별 2주씩 나뉘어 진행됩니다. 2주가 지나고 나면 학생들은 인턴십 경험에 대해 자체적으로 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개인 학습 코디네이터는 평가 내용을 기반으로 학생의 자기인지 수준을 가늠하고, 일터에서 겪는 문제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기업을 방문해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학생과 담당 수퍼바이저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서밋 퍼블릭 스쿨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지금껏 진행되오면서 학생 주도성이 높은 프로그램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의기소침해져서 기업 담당자에게 차마 인터뷰를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부터 계약서에 사인하는 법, 아플 경우 무단결근 하지 않고 수퍼바이저에게 연락하기 등 학생 스스로 새로운 학습 경험을 디자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도움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전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침과 가이드를 갖추고 있는 것이 그 일부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어떤 도움이 수반되더라도 과정의 주체는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이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의 연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행하며 배우는 과정 또한 거치게 됩니다.


필요에 따라 (예컨대 학생이 무단으로 결근하거나 인턴 업무 수행 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는 경우) 학교 측에서 해당 학생을 직접 해고 처리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서밋 퍼블릭 스쿨에 재학하게 될 수많은 학생의 기회를 생각하면 학교 입장에서는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과 좋은 관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고당한 학생은 남은 기간 학교에서 직접 제공하는 Expeditions 코스를 수강하며 해당 학점을 이수하게 됩니다.


이처럼 엄격한 평가 및 평가에 따른 운영 방침은 꽤 혹독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 업무 환경에서 기대받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프로페셔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지 못했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를 비교적 큰 타격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 서밋 퍼블릭 스쿨



개인 맞춤형 코디, 선생님이 해줄게


서밋 퍼블릭 스쿨을 구성하는 8개 학교에서는 교사 중에 Expeditions 담당자를 선발하여 인턴십이나 개인 프로젝트 진행 기간 해당 업무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부분의 Expeditions 담당 교사는 날마다, 종일 교과 수업을 진행하지만, 학교당 1명, 총 8명의 베테랑 교사들은 2개 수업에 해당하는 만큼 시수를 면제받아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인턴십 및 개인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베테랑 교사는 ‘개인 학습 코디네이터’라는 타이틀을 겸하며 네트워킹 기술이나 본인의 관심사와 맞는 인턴십을 검색하는 법, 개인 프로젝트 제안서를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법 등을 코칭합니다.



여러분의 학교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인턴십은 학생과 기업 모두에게 미래 진로 및 채용 준비를 위한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학생에게는 첫 번째 직장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실패나 실수를 더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 먼저 배울 기회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워싱턴 리더십 아카데미와 서밋 퍼블릭 스쿨은 실현 가능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두 학교의 사례가 여러분의 학교에도 많은 아이디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서밋 퍼블릭 스쿨의 Expeditions 책임자 루크레시아 위트와 학위 리서치 책임자 에이미 샌도즈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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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편집 한성은, C Program 러닝 펀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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