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ECORD Oct 10. 2019

동시대 여성의 말을 시각화하는
디자이너들의 워크숍

FDSC summer vacation workshop @온더레코드

지난 8월, 새로운 배움의 실험이 열리는 러닝테이블에서 '동시대 여성의 말을 시각화하기 위한' 결과물로 깃발을 디자인하는 플래그하이 여름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미션 문장을 시각화하는 과정을 2주에 걸쳐 해내고 서로의 깃발 디자인을 공유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며, 시작단계에서 거치는 시행착오의 끝에 만나게 되는 세상에 없었던 결과를 만드는 순간의 희열을 온더레코드가 함께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FDSC팀을 만나 자세한 소개와 워크숍의 디테일을 만드는 팀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온더레코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실험의 모습을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1. FDSC와 플래그하이


안녕하세요. 본격적으로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 플래그하이를 만드는 팀 FDSC를 소개해주세요. 

 FDSC는 여성이 더 많이 벌고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실무자 중심 커뮤니티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고, 112명의 유료회원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로서 활동가가 되는 것도 방법이나, 또한 중요한 다른 방법은 여성 개개인이 오래 잘 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합니다. 실무 중에 필요한 질문과 답을 공유하는 등의 온라인 교류를 기본으로, 뒤에서 보면 모두가 거북목이라서 시작된 운동 소모임, 특별한 인쇄물을 함께 구경하는 소모임, 개인사업자의 고민을 나누는 소모임 등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만들어집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 '디자인 FM'으로 아이튠즈 문화 영역 팟캐스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화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플래그하이를 기획하게 되었나요?

 FDSC에서는 많은 일들이 사건처럼 시작됩니다. 누군가 발전 낌새가 보이는 말을 하면 다른 회원이 “그럼 그거 하면 되겠다!” 하는 식이죠. 지난 4월 말, FDSC 잡담 방에서 농담을 하다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슨 농담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교무실'이라 이름 붙여진 대화창이 마련되었고 곧 다가올 여름방학에 학생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자며, 각자 생각해 온 '디자인 워크숍'의 원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대화창을 연 신인아 디자이너(현재 FDSC 회장)가 ‘교무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양으뜸 디자이너의 지적 후 곧 '조교실'로, 제목이 정해진 이후 'team ff h'로 변경되었어요.


왜 워크숍의 형태인가요? 

 FDSC가 활동을 시작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 유료회원이 100명을 넘어섰고 학생들의 참여 요청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네트워킹을 위한 다리일 뿐, 누군가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는 아니기에 활동범위를 크게 늘려야 하는 일은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기획 초반에 현직 디자이너를 위한 수업을 만들 것인지 학생을 위한 수업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다가 그간 답해주지 못했던 학생들의 요청에 대한 답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주제가 흥미롭습니다. 

 신인아 디자이너는 '동시대 여성의 말을 시각화하고 싶다'는 명확한 요청을 처음부터 들고 나타났어요. 그것에 맞는 양식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깃발이라는 제작물이 도출되었고요. 어떤 말을 주제어로 삼을지를 모으고 각 인물들에게 사용 허락을 구했습니다. 


“나는 꽃이 아니다, 불꽃이다.”(2016. 9. 18)_김진아

“나는 유구한 역사의 결과물이다.”(2016. 9. 19)_이민경

“이제 참지 않는 세대가 왔다.”(2016. 9. 18)_정세랑


 이후에는 세부 커리큘럼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획단의 역할부터 구체화했습니다. 1년 전부터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맡으며 여러 방향으로 큰 도움이 된 양으뜸 디자이너가 대장을 맡게 되었고 인쇄 실무의 달인인 눈디자인의 김소미 실장과 붐빔의 김은총 디자이너가 경영지원실로 배치되었습니다. 이지선 디자이너는 전체 수업의 맥락을 설명하고 기간 중 학생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담임선생님 역할을, 이다솔 디자이너는 졸업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학생들의 관심 루트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곽소영 디자이너와 함께 기존 워크숍과 대학에 대한 리서치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김도은 디자이너는 대형 광고대행사에 근무 중이라 오프라인 행사 진행에 필요한 광고물 등의 요소들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깃발 제작에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이번 수업에서 특히 고려했던 운영의 묘나 주제를 다루는 디테일은 무엇인가요? 

 그래픽 디자인 관련 대학의 풍경을 보면 학생의 성비는 8:2로 여성이 많고, 교수는 거의 모두가 남성입니다. FDSC에서 기획하는 수업은 '우리는 왜 여성 선생님들에게 배울 기회가 없나요?'라는 학생들의 오랜 질문을 간단하게 깰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스타일의 틀에 맞추지 않고도 발전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엄청난 디자이너들이 FDSC 회원 중에 많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짧은 워크숍 내에서 다양한 결과물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결론 내리고 나니 '레터링' '그래픽 오브젝트' '이모지'라는 전공이 마련되었습니다. 말의 의미를 글자 형태에 모아내는 레터링 수업에는 하형원 디자이너*, 다양한 의미의 가지를 발산시키는 그래픽 오브젝트 수업에는 박신우 디자이너*, 의미를 모아 상징물로 함축시킬 이모지 수업에는 김희애 디자이너*를 초빙하기로 했어요. 지금 너무나 바쁘게 일하고 있고, 앞으로는 강단에 설 수 있는 단단함까지 갖춘 젊은 디자이너들이죠.  


*김희애: https://fhuiae.com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문자 언어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림 언어로 프로젝트를 해석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박신우: paperpress.kr 이화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부터 성수동에서 그래픽 스튜디오 '페이퍼 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퍼 프레스는 각종 공연, 전시 관련 그래픽과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래픽을 다루는 가능한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 없이 활동하고자 한다.

*하형원: hyngwn.com  하형원은 레터링 중심의 그래픽과 로고타입을 만든다. 서체 '됴웅'을 상용화했다.



좌측부터 김희애, 박신우, 하형원 디자이너님 (아래는 화면자료 중)


 두 번째로 고민한 부분은 '참가자 간의 네트워킹'이었습니다. 진행과정 중에 서로가 긴밀히 연락할 수 있도록 작은 단위의 팀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SNS(인스타그램) 계정을 참가신청 때부터 받아서 강사들과 이곳을 통해 작업 관련 의견을 나누고, 참가자들끼리도 팔로우하도록 권했어요. 그리고 그 의도를 그래픽 결과물에도 적용하기 위해 하나의 수업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모두의 작업물을 섞어버리는 과정이죠. 

 미술대학의 학생들은 크리틱 수업에 익숙합니다. 크리틱에 집중하다 보면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지적만 오가고 묘한 경쟁심이 부추겨지기 일쑤예요. "학생 간의 네트워크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에 응답하면서 경쟁심을 다시 일으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워크숍 말미에는 개인의 작업물 완성도와 상관없이 모두가 서로의 제작물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리슨투더시티'에서 활동했던 권아주 디자이너가 이런 수업의 방법을 고안해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초빙했습니다. team ff h에서는 '각자의 출력물을 잘라 거대 깃발을 만들까?' 했는데, 저희의 기획을 들은 권아주 디자이너*가 3D 프로그램을 활용한 메쉬업 수업을 준비해주셨습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이 워크숍에 딱 맞는 커리큘럼이죠. 사실 이 수업은 team ff h의 선생님들도 너무나 흥미로워해서 마지막 날 모두가 총출동해 모두가 참관할 정도였어요.  


*권아주: https://output.onl 리슨투더시티에서 활동했고, studio fnt를 거쳐 현재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마지막은 '분노를 넘어선 디자인'이라는 목표였습니다. 유난히 여성인권과 관련된 험한 사건이 많았던 지난 몇 년간의 피로를 다시 불러들일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됐습니다. 논쟁적 주제를 시각화할 때도 다른 주제를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맥락을 파악하고 다양한 심상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려 했습니다. 이 고민은 정세랑 소설가도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2018년 2월 26일 씨네 21의 <주목하는 소설가> 6인 인터뷰 시리즈에서 해당 부분을 인용하겠습니다.   


    소설을 썼던 2015~16년이 제일 힘든 시기였다. 당시 경험하고 접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어떤 낙관도 없이 써서 아픈 인물도 많이 들어갔다. 지금 와서는 후회되는 것도 있다. 당시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나도 여러모로 너무 부서진 상태였다. 살해당한 여성의 이야기를 완충장치 없이 썼다. 폭력적인 이들에게 이것이 당신들이 하고 있는 짓이니 똑바로 직시하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그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다. 상처 받는 건 여린 분들이다. 잔인함을 묘사하는 수준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했어야 했다.  


 team ffh은 우리의 깃발을 바라볼 사람들 또한 참가자들과 닮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에 1차원적인 분노를 담을 필요가 적음을 꾸준히 상기시켰어요. 이지선 디자이너가 첫 수업에서만 다섯 번은 이야기하는 것 같더군요. 


 운영에서 고려했던 것으로는 서울, 경기, 인천 외의 지역에서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교통비를 일부 지원하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FDSC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fdsc.seoul입니다. 언젠가 대전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의 잡지 <BOSHU>를 만드는 신선아 디자이너가 아이디에 .seoul을 쓴 이유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fdsc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이 이미 있어서 뭔가 덧붙였어야 해서 넣었던 것인데 서울 중심적인 사고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요.  반성하고 앞으로의 프로젝트에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후일담으로 신선아 디자이너는 충청지부장이 되었고요.     



모두 현직 디자이너라는 업을 병행하며 FDSC활동을 하고 계세요. 힘들 때 대처하는 팀의 노하우가 있나요? 

 본업 외에 시간을 빼서 일하는 게 제일 어렵죠. 그래도 FDSC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곳들과 달리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생겨서 자꾸 일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말을 꺼낸 사람이 일을 시작한다’는 저희의 방식이 생겼어요. 어찌 보면 입조심해야 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한두 번 회의를 해 보면 그 말을 꺼낸 사람에게서 가장 많은 구체적 방안들이 나온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고 구현하는 일들이 결국 저희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연습이자 동시에 판을 바꾸는 실천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계속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겨내는 방법들은 각자 어떻게 다르세요? 

신인아: 회의하고 밥이라도 맛있는 걸 먹는다!

양으뜸: 대처..? 딱히...없는데요..? 그냥 하는거지뭐..

김소미: 어차피 항상 화가 나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하하하하하

이지선: 은근히 남에게 미룹니다. 

김은총: 지금까지 다른 분들의 프로젝트에 참가자로 참석해 즐거웠기 때문에 이번엔 운영진으로 참석해보고 싶었어요. 바쁨에 대처하는 법으로는... 마감을 빨리 해버린다?

김도은: 저도 은총님과 비슷합니다. 안 할 이유도 없고 해서. 

이다솔: 힘들 땐 일단 놀고(=미루고) 시작하는데 워크숍 회의하면 그날은 끝나고 무조건 쉬었어요. 노는 게 제일 좋아!

곽소영: 마침 회사를 나와 재충전 중이었기 때문에 환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끝나고 재충전의 재충전하기!





#2. 워크숍과 공동작업으로 시도하기 


왜 워크숍과 공동작업이라는 방법으로 이 주제를 다루었나요? 

 이 워크숍은 4회 차로 구성되었고 2-3회 차 사이의 일주일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도 계속했는데, 본업을 하면서 장기 강의를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혹시나 끝나고 쉬웠다고 느끼게 되더라도 처음 시도하면서 무리하게 긴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말자고 했어요. 이론이나 강의 형식을 취하면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일찌감치 접어놓았었고요.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에는 언제나 '연대'라는 키워드가 함께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96년 이화여대 축제의 고대생 난동 사건 이후 만들어진 '들꽃모임'에서도 권김현영 선생님이 '나 같은 년이 또 있구나'하고 연대감을 느꼈다고 쓴 적이 있죠. 강남역 살인사건 후의 추모행진과 포스트잇 시위, 미투 운동의 전개 등에서도 언제나 페미니스트들이 한 지향을 공유해 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동시대 여성의 말을 시각화한다면 공동작업이라는 형식을 띄는 것이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직접 워크숍을 해보면서 기획했던 것과 달랐거나 인상 깊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사실 중도 이탈자가 제법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학 다닐 때 생각해보면 자체 종강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참가자 팀을 구성할 때도 '이 사람이 없어지면 이 팀은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혹은 저 사람이 안 나온다면?' 이런 고민도 실은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너무 잘 따라와 주셨어요. 운동을 하다 부상을 얻어 못 나오게 된 한 분과, 학회가 열리는데 학회 회장이라서 참석해야 했던 분, 노트북에 음료를 쏟아서 수리하느라 못 나오고 음성 메신저로 함께한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계속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3인 결과물을 모아 디자인해야 하는 날에 한 명만 참석할 수 있게 된 팀이 발생하고 말았어요. 이 팀은 결국 전날 새벽까지 온라인으로 함께 작업하고 다음 날은 음성 메신저로 의견을 나누며 작업했습니다. 외로워 보여서 모든 강사와 스태프가 뒤에 몰려가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다음 장면은 마지막 날, 깃발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할 때였어요. 막연히 옥상 공간이 멋져 보여서 그곳에서 찍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는데, 촬영 도중에 황혜지 매니저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불법 촬영과 관련한 혜화 시위 당시에 옥상에서 시위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경찰들이 시위에 대한 불법 촬영이 아닌지 점검하러 오는 소동이 있었다고요. 시위가 회차를 더해가면서 사방이 뚫린 공공 일호 옥상에 집회일마다 경찰이 오갔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여성의 말로 만든 깃발을 들고 촬영하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나요? 

 team ff h에서는 재학 중인 대학과 나이를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반쯤은 농담으로 '자주 가는 동네'라면서 눈치챌 수 있게 하지도 말아달라고 했어요. 짧은 시간 동안 교류하게 되는 만큼 쉬운 대화거리로 서로를 카테고리에 분류해 대화의 가능성을 좁히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호칭도 ㅇㅇ님으로 정하는 등 배려의 규범을 담은 약속문을 배포하고 함께 읽었습니다. 진행 속도에 모두가 따라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작업계획의 방법론 예시를 들어 미리 설명하고, 짧은 발표라도 기본 형식을 미리 제안하는 등 참가자의 행동반경은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했습니다. 



온더레코드 공간은 워크숍 하기에 어땠나요?

 너무 좋았습니다. 애초에 온더레코드에서 공간을 내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프로젝트였어요. 수업 특성상 세 구역으로 적당히 나뉘면 좋겠다 싶었는데, 기둥들 사이로 책상을 배치하니 딱 좋은 구획이 나뉘기도 했고요. 창문을 열어도 크게 시끄럽지 않고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 관련 워크숍이다 보니 자료화면을 많이 이용해야 했는데 스크린 장비와 모니터 연결 장비도 각 구획별로 잘 구성되어있었어요. 정말 속속들이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1) 지하철 역과 가까워서 좋다  2) 실내가 매우 편안하다  3) 참고자료가 많은 곳이니 글쓰기 워크숍, 편집물 발행 워크숍  4) 페미니즘 관련 행사를 할 수 있다면 다양한 갈래의 페미니즘에 관한 전문 아티클을 읽고 리플렉팅하는 작업물을 만드는 워크숍을 해도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3. 할 수 있을 때는, 지금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기획하면서 접어둔 다른 가지도 많긴 했지만 앞으로 또 강의를 열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사실 어려워요. 저희가 지치지 않기 위한 방침 중에는 '할 수 있을 때만 한다'도 있거든요. 혹시 다시 열린다면 실무자를 위한 수업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분들은 어땠나요? 

김현지 @handiiikim : 한국에서 도예과에 재학했었습니다. 그곳은 디자인과보다도 더 남성 중심적이었던 분위기라 재학 당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여성이 대부분인데 여성 간의 교류가 적고, 이후 중요한 자리는 남성이 차지하는 이상한 업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자이너가 될 것이고 고로 우리가 하는 것이 미래의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워크숍에서 여러분이 만드는 그래픽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교류를 얻어간 것이 이번 워크숍 동안 가장 좋았던 부분이에요. 디자인계에 이미 발 담그고 있는 선배들과의 만남도 분명 의미가 깊었지만, 같이 배워나가고 있는 학생들과 만남의 장이 열린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박세연 @_vissia :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워크숍에 참여할 이유는 충분했어요. 그래픽 워크숍에 참석해서 처음 받은 출력물은 의외로 “약속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상호 호칭은 '이름+님'으로 통일하고 모두 높임말을 사용합니다. 학교명, 학년, 나이 등을 묻거나 겉모습만으로 서로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습니다.'는 문장이 있더군요. 이 문장들이 워크숍 밖에서도 통했으면 좋겠어요.
 워크숍 기간 동안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해준다는 것에서 너무 감동적이었고, 온더레코드라는 따뜻한 공간 안에 있어서 마음이 더 편했어요. 이 곳이 있음으로써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스터디를 할 수 있었거든요. 적합한 장소를 제공해주신 온더레코드에도 감사드립니다. 혜화역과 가까워서 아침 일찍 시작되는 워크숍에 늦지 않고 올 수 있었고, 공간도 넓어서 편안했던 기억이 나요.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니! 이 곳이 유토피아가 아닌가... 요? 
 디자인과는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은데도 불구하고 내가 배우고 있는 선생님들은 다 남자라는 점에서 여성들은 다 어디로 자꾸만 사라지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분들을 다시 디자이너, 선생님으로 만나고, 참석자들도 오래오래 디자인 일을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다 이루길 기도합니다. 나도 내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길 바라요. 


글, FDSC 이지선 디자이너

편집,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황혜지 


온더레코드가 여러분에게 러닝테이블을 쏩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 러닝테이블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bit.ly/러닝테이블매뉴얼

- 러닝테이블을 신청하고 싶다면 bit.ly/러닝테이블

매거진의 이전글 관심을 즐기며 살아남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