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ECORD Apr 23. 2018

주머니의 연필, 위대한 낙서 1

온더레코드의 기록 by 이태경 선생님 

[온더레코드의 기록]은 온더레코드에 있는 많은 기록들 중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칼럼이 될 수도 있고, 언젠가의 기사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기록이 새로운 배움의 영감이 되기를 바라며 노트를 시작합니다. 


첫번째는 이천 양정여고에서 2014년부터 2017년 2월까지 진행된 ‘학교 안 예술학교 - 말랑창작학교’의 기록 중 하나입니다. 이태경 선생님은 “ 딱딱한 학교에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학생 자신을 위한, 고유한 자신을 관찰하고 표현하기 위한 교육’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마치며 쓴 선생님의 글을 두 번에 걸쳐 소개합니다. 


주머니의 연필 


 미국의 소설가 폴 벤저민 오스터(Paul Benjamin Auster, 1947~)은 어릴 적 뉴욕 자이언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전신)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폴 오스터가 난생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게 된 날, 경기가 끝난 후 가족과 운동장을 가로질러 센터필드의 출입구로 나가기 위해 걸어가다가 폴은 평소에 가장 동경하던 윌리메이스를 보게 됩니다. 용기를 내어 사인을 부탁하고 응낙을 받지만, 선수도 폴도, 가족과 일행 누구도 연필을 갖고 있지 않아 사인을 받지 못합니다. 이후 폴은 어디에나 연필을 갖고 다니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나는 어디에나 연필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중략- 그 연필로 뭔가를 하겠다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략-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은 나에게 이 것 한가지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들에게 즐겨 말하듯, 나는 그렇게 해서 작가가 되었다. 



 ‘감각을 만나다’ 사진 아뜰리에를 진행해주시는 최동인 작가님이 늘 아쉬워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주로 저녁에 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학교사진과 실내사진등 한정된소재로만 학생들이 찍게 되는 것에 대해서 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진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오시는 화요일에만 사진기를 만지작 거려볼 수 있는 것도요. 학생들도 내게 카메라가 있으면 내 몸의 일부처럼 손 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을 텐데, 찍고 싶은 설레임이 일어나는 대상을 마주했을 때 바로 찍을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하지만 이런 환경들을 모두 갖추어야지만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양정여고의 ‘학교 안 예술학교’는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에도 모든 학생들에게 창작에 필요한 모든 악기나 카메라 등을 완비하고 쥐어 줄 수 없는 것은 학교에 내려오는 일반적인 교육 예산이 대부분 학생들의 교통비나 재료비, 강사비 등 실비 위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약이 많아서입니다. ‘학교 안 예술학교’는  C Program과의 협업과 지원 덕택에 선생님들의 이러한 필요들을 귀 귀울여 들을 수 있었고 예술교육에 필요한 환경을 천천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학교 안 예술학교’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세부적인 교육 과정에 앞서 우리가 어떤 환경을 만들 것인가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환경은 새롭고, 낯설고, 흥미롭고, 가능하며, 쉽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또 수용가능하고, 자유롭게 표현해도 되며,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비로소 아이들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하는 자기 경험을 갖게 되며, 이러한 자기 경험을 통해 통찰할 수 있게 되고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을 갖고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술이나 성과보다는 경험과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보도록 하는 것이 ‘학교 안 예술학교’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손에 그 도구를 쥐어주는 것 또한 무엇보다 중요함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온더레코드의 기록] ‘주머니의 연필, 위대한 낙서’ 2에 계속됩니다. 원문과 더 많은 기록이 담긴 도서는 온더레코드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배움을 찾는 교육자들을 위한 특별한 라이브러리, 온더레코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