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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Jan 29. 2019

힙합으로 배울 수 있는 것

거캠러가 배우는 법1. 아른

거꾸로 캠퍼스 거꾸로 캠퍼스는 1년을 4개의 모듈로 나눠 운영합니다. 새 모듈이 시작할 때마다, 아이들은 모두 같이 배울 공통 주제와 더 깊이 탐구할 개인 주제를 정하고 모듈이 끝날 때마다 배움장터를 엽니다. 배움장터에서 거꾸로 캠퍼스 친구들(이하 거캠러)은 15분간 이번 모듈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하고 질문과 피드백을 받습니다. 시끌시끌한 장터처럼 상호 작용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배움장터라 이름 붙였습니다. 배움장터는 거꾸로캠퍼스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사전 신청 필요).


[거캠러가 배우는 법] 시리즈는 러닝랩 매니저가 배움장터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꾸로 캠퍼스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를 전합니다.



문숙희 매니저가 만난 거캠러, 아른

배움장터에 참여하기 위해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12개의 테이블 중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야기 중 아른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이유는 고등래퍼2 에서 본 고등학생의 힙합이 자기 성찰과 성장을 담아내는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른은 어떤 힙합을 이야기할지 기대되는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을 안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힙합에서 배움의 재료를 얻습니다.

왜 힙합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떤 힙합을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며 시작한 발표는 사회, 역사, 영어 등의 지식과 연결되었습니다. 평소 관심사인 힙합에서 배움의 재료를 얻은 것이죠. 아른이 힙합에서 얻은 배움의 재료는 1970년도 미국의 시대적 상황, 계급갈등론, 인종 차별과 저항 의식 등이 있습니다. 이론으로 접할 때는 나와는 먼 얘기로 느껴졌는데, 힙합의 가사와 매개해서 들으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른이 만든 PPT 장표, 그림도 직접 그렸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가사를 해석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기도 합니다. 아른은 투팍(2PAC)이 1991년 발매한 'Brenda'의 가사를 해석한 장표를 보여주며, Brenda라는 10대 소녀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해석한 가사가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른이 힙합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는 언어인 '공감'을 배웠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배움은 다시 힙합의 재료가 됩니다.

거꾸로 캠퍼스에서는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교과 지식을 모두 배웁니다. 지식을 아는 것은 경험만큼 중요하며,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동력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른은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힙합 가사를 쓰는 데 적용했는데요. 수학 시간에 고차방정식에서 '치환'하는 법을 배우며, '일반적인 문장을 라임 있는 가사로 바꾸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상상하고 시도했습니다. 빡세게를 hader로, 스킬을 armor로 치환해 라임이 살아 있는 문장으로 바꿔본 것이죠. 

아른이 만든 PPT 장표, 치환의 과정과 항원항체반응의 과정을 볼 수 있다.

과학 시간에 배운 항원항체반응을 공부하며, 노래를 들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적용해서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기도 하며, 배움을 힙합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아른의 배움장터를 통해 내 관심사에서 지식을 배우고, 지식으로 배운 것을 다시 관심사로 연결하는 재미있는 배움의 방식을 엿볼 수 있었어요. 


관심사와 지식을 넘나들며
상상하고 배우는 아이들이
거꾸로 캠퍼스에 있습니다.

아른의 이야기는 같은 날 <5분 깔때기>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5분 깔때기>는 5분 동안 '개인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거꾸로 캠퍼스를 오기 전과 후의 변화를 발표하고 응원받는 자리입니다. 아른의 이야기 중 일부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얘기하고 싶어요. 얘기 해본 적이 없어서. 학교 다니면서 처음 힙합을 듣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난 마지노선에 가 마지못해.' 이게 제가 그 당시 쓴 문장인데요. 공부를 하며 늘 한계점을 느낀 것 같아요. 힙합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다니다 보니 더 힘들었고 부모님과 사이도 멀어졌어요. 그러던 중 찾은 게 거캠이에요. 저는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무뚝뚝하게, 감정을 숨기고 대하는 버릇이 있어요. 지금은 거캠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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