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THE RECORD Jan 30. 2019

옷을 만들 줄은 몰랐지?

거캠러가 배우는 법 2. 사과

거꾸로 캠퍼스 거꾸로 캠퍼스는 1년을 4개의 모듈로 나눠 운영합니다. 새 모듈이 시작할 때마다, 아이들은 모두 같이 배울 공통 주제와 더 깊이 탐구할 개인 주제를 정하고 모듈이 끝날 때마다 배움장터를 엽니다. 배움장터에서 거꾸로 캠퍼스 친구들(이하 거캠러)은 15분간 이번 모듈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하고 질문과 피드백을 받습니다. 시끌시끌한 장터처럼 상호 작용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배움장터라 이름 붙였습니다. 배움장터는 거꾸로캠퍼스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사전 신청 필요).


[거캠러가 배우는 법] 시리즈는 러닝랩 매니저가 배움장터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꾸로 캠퍼스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를 전합니다.



문숙희 매니저가 만난 거캠러, 사과

배움장터 하루 전, 거꾸로 캠퍼스 학생 대표인 양갱에게 "내일 누구 이야기 들으면 좋을까?" 물어봤습니다. 양갱은 "사과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지난 배움 장터 준비하던 사과랑 같은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예요. 정말 대단해요."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친구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개인이 느끼는 배움의 속도와 폭은 얼마나 클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사과의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나는 옷이 좋다.

<내 이야기가 들어간 옷 만들기>라는 주제로 배움장터를 준비한 사과의 발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옷이 좋아요."라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왜 옷이 좋은지 고민하고 내 이야기가 담긴 옷을 만드는 것이 사과의 이번 모듈 목표였습니다.

사과가 옷을 만들며 남긴 기록들

사과는 '왜 옷이 좋은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옷이 지니는 사회적인 의미, 옷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배웠다고 합니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신분 제도가 사라진 요즘 옷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정체성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대중매체로 접하는 유행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스스로의 선택이며, 옷이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죠.

동대문시장에서 친환경 원단을 찾는 사과

뜨악했던 부분은 패스트패션이 발달하면서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은 원단인 폴리에스테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 원단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옷을 세탁할 때마다 수십만 조각의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하수처리시설에서도 걸러지지 않는 이 플라스틱은 해양을 오염시키며, 결국에는 우리 몸에 쌓이게 되는 것이죠. 옷을 사고 빨래를 할 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부분인데, 사과 덕분에 좋은 원단을 사용한 옷을 입어야 할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특정 교과를 연관시키지는 않았지만, 사과가 배움장터를 준비하며 배운 것들이 듣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배움이 된다는 게 아른의 배움장터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담긴 옷 만들기

사과는 옷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한 내용을 실제 옷을 만드는 작업에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옷감을 고를 때에는 친환경 소재를 고르기 위해 동대문 곳곳을 샅샅이 살펴봤다고 합니다. 옷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해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옷을 생각하며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고민했고,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나를 '눈밭을 뛰어노는 토끼'로 이미지화해 옷에 담았습니다. 지난 배움장터와는 달라진 자신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요.

동대문에서 찾은 전문가에게 배워서 직접 패턴을 뜨는 모습

옷을 만드는 작업 과정을 통해서는 거캠러가 배우는 법을 볼 수 있는데요. 스스로 책과 동영상을 보고 배우기보다는 직접 전문가를 찾아 나서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동대문을 직접 돌며 전문가를 만나서 패턴을 뜨고, 옷감을 고르고 봉제와 자수 작업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사과는 마무리 작업을 직접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이야기했지만,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배움 아니었을까요? 사과의 배움장터를 통해 학교 밖의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배움의 방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고민에서 시작한 주제를
사회적 관점으로 확장해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이
거꾸로 캠퍼스에 있습니다.


사과의 이야기는 같은 날 <5분 깔때기>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5분 깔때기>는 5분 동안 '개인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거꾸로 캠퍼스를 오기 전과 후의 변화를 발표하고 응원받는 자리입니다. 사과의 이야기 중 일부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사과가 '눈밭을 뛰어노는 토끼'를 옷에 새긴 이유에 대해 알아보세요.


거꾸로 캠퍼스(거캠)에 들어오고 한동안은 저를 '줄에 묶인 토끼'라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원래 토끼처럼 자유분방한 사람이라 아주 답답했어요.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고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사촌 형이 도와줄 테니 딱 한 모듈만 제대로 다녀보라고 조언해줬어요. 안 하던 일을 하려니, 어렵고 막막했는데 거캠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학교생활 꿀팁을 알려줬고, 거캠에서 해야 하는 모든 일에 참여 해볼 것을 권했어요. 그렇게 바쁘게 한 모듈을 보내고 나니 정말 이전과 다른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친구, 선생님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보람도 많이 느꼈죠. 이전에 방황하며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캠 생활이 재미있어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를 거캠이라는 놀이터 안에서 뛰어노는 토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직접 만든 옷에 눈밭을 뛰어노는 토끼를 그려 넣은 이유에요.

매주 수요일 온더레코드의 뉴스레터가 새로운 배움을 전합니다.

온더레코드의 소식이 궁금하거나, 자극이 필요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bit.ly/ontherecord-weekly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의 환경이 만드는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