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질문 #01. 최서희
[온더레코드 x 틴스토리] 는 씨프로그램이 만나 온 청소년들의 이야기입니다. '다음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투자해 오는 동안, 프로젝트에 함께한 친구들의 생각도 함께 자랐습니다. 어떤 순간, 어떤 결정들이 쌓여 의미있는 경험으로 남는지, 청소년들이 어떤 궤도를 그리며 성장하는지,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긴 호흡으로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씨프로그램이 지난 3년간 만난 청소년 5500명 중 10명의 청소년에게 6개월 마다 같은 3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따라가는 긴 여정입니다. 앞으로 10주 동안 10명의 Teen Story를 전해드립니다.
서희는 '학생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진로 수업'이 뭔지 연구하는 팀의 고등학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고등학자는 청소년 스스로 연구자가 되어 청소년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수줍음많던 고등학생은 6개월 후 최종 발표회에서 똑부러지게 발표하는 연구자가 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죠. 서희의 숨겨진 모습을 몰랐다 알게 된 건지, 아니면 스스로도 알아차릴 정도로 달라진 건지 궁금하던 참에 담당 선생님께서도 가장 많이 달라진 학생 중 한 명이라며 서희를 TeenStory 인터뷰이로 추천해 주셨습니다. 서희는 시간을 달리는 세가지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할까요?
Q. 고등학자 프로젝트로 우리는 처음 만났어요. 왜 고등학자를 선택했어요?
처음에 선생님이 따로 홍보없이 그냥 포스터만 딱 붙여놓으셨거든요. 그런데 '청소년이 하는 연구! 고등학자!'라고 되어 있는데 너무 멋있더라구요. 그 때 2학년에 올라와서 뭔가 해보려고 마음먹었을 때라 엄청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했어요. 막 설레는 마음에 정말 하고 싶어서 서연이를 꼬셔서 같이 했어요.
Q. 엄청 기대했을 텐데, 어땠어요?
6개월 정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하나부터 열까지 저희에게 맡겨주셨던 거였어요. 저희가 스스로 주제도 정하고, 어떻게 연구를 할지, 연구비는 어떻게 쓸지 정하는 과정이 처음이라 한편으로는 무서우면서도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하지만 팀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 팀원 6명과 맞춰나가는 건 쉽지 않았어요. 일정 조율하고, 의견 모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싸우기도 해서 선생님께 불려가서 혼나기도 했어요. 팀이어서 힘들었지만 결국엔 팀이어서 연구를 잘 끝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팀이었던 친구들 6명과는 요즘도 한 번씩 모여서 점심먹고, 전에 비해 더 끈끈해졌어요.
팀이어서 힘들었지만 결국엔 팀이어서 연구를 잘 끝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예요?
카우앤독 계단있는 강연장에서 포스트잇으로 생각을 붙여가면서 처음 발표했을 때와 고등학자 굿즈를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계단식 강연장에 모두 모여있으니 정말 학자들 모아 놓은 학술대회에 와있는 기분이었어요. 그 이후에 활동하면서 친구들한테 명함을 나눠주니까 엄청 대단한 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어른들이 일하는 방식으로 해내는 거 같았어요. 소속감이 있으니 열심히 해야겠더라구요.
Q. 고등학자 하고 나서 느낀 변화가 있어요?
제가 처음에는 사람들 많은 데서 떨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3~4명이서 면접볼 때도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말도 못해요. 그런데 프로젝트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가서 계속 이야기하다보니 마지막에 최종 보고회도 제가 발표할만큼 변했어요. 팀원들도 제게 '처음에는 엄청 긴장하고 떨다가 점점 자신감있게 말할 수 있게된 것이 가장 큰 발전인 것 같다', '진짜 서희가 많이 변했다.' 그래요.
-마지막 발표에서 진짜 똑부러지게 말하고 발표 전달력도 좋아서 인상깊었어요. 이태경 선생님도 서희가 많이 변한 걸 보셨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자’ 하는 성격이예요. 그런데 고등학자에서는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했잖아요. 그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친구들이랑 다른 프로젝트나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하는 습관이 생기고, 어떤 일을 할 때 프로세스를 익히게 되었어요.
고등학자는 저의 고등학교 생활 중에 가장 영향이 크고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이에요.
제 좌우명이 '하고싶은대로 다 하고 살자'인데 부모님 영향이 커요. 엄마 아빠가 ‘글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고,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직접 가서 봐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주말이나 방학 때 국내 유명한 곳들이나 유적지를 많이 다니고, 좀 커서는 중국, 캄보디아로 해외를 다녔죠. 심지어 고2 여름방학땐 엄마와 유럽여행을 다녀왔어요. 친구들이 다 미쳤다고 했죠.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사춘기 거치면서 사이가 나빠지거나 그랬던 적도 없어요.
- 부모님이 기대하는 딸 최서희와 본인이 나답다고 느끼는 최서희의 모습은 어느 정도 일치해요?
부모님이 저한테 바라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너가 하는 걸 믿는다’고 늘 말씀하세요. 제가 되고싶은 모습이 부모님이 바라고 생각하는 제 모습이에요.
Q. 그럼 서희가 되고 싶은 모습은 뭐예요?
제가 역사를 좋아해서 사학과를 지망하고 있고, 꿈은 학예사에요. 박물관, 미술관에서 일하긴 하는데, 전시하는 큐레이터보다는 안에서 연구하고 보존하는 역할에 더 관심이 많아요. 전시실에서 자원 봉사로 설명해주시는 분들 말고, 뒷쪽 수장고에서 연구하고 전시물 준비 작업하시는 분들처럼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를 오래 해야 할 거 같아서 석박사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역사가 좋아진 이유도 여행의 영향이 커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역사를 정식으로 처음 배웠거든요. 근데 유치원 때, 초등학교 때 엄마랑 돌아다니면서 봤던 유물이나 유적지가 책에 나오니까 ‘어! 내가 봤던 곳인데’하면서 재밌을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그런 관심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다른 과목들은 억지로 어려운 걸 해야 하는데 역사는 계속 즐겁고 그래서 더 공부하면 좋겠다, 이런 직업을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역사는 공부하는게 재밌었어요.
부모님이 저한테 바라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너가 하는 걸 믿는다’고 늘 말씀하세요.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 부모님이 바라고 생각하는 제 모습이에요.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수리될 때 해체 중인 석탑을 본 적이 있어요. 공사하는 곳 주변에 천막을 쳐놓고 사람들이랑 2층에서 내려다 봤는데 그 때 그 안에서 일하는 분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어요. 나중에 그 석탑이 교과서에 나오는 걸 보니까 기억에 또렷이 남았어요.
최근에 대학교 전공체험으로 사학과 강의를 들어보고 왔어요. 교수님이 직접 강의 하시는걸 고등학생들이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지금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강의하고는 너무 다른 거예요! 교수님들이 다루는 내용이 진짜 새롭고 재밌고 프로페셔널 하더라구요. 얼른 대학가서 수업들으며 공부하고 싶어요.
제게는 고등학자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결정이었어요. 제가 가진 결정 기준은 3가지예요.
내가 하고 싶은가?
장기적으로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새로운 경험인가?
예를 들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딱히 열정적으로 하고 싶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 거죠.
Q. 이 기준은 스스로 만든 거예요?
자연스럽게 정리된 기준들이에요. 저는 남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거니까 제일 중요한 결정의 판단에 있어서는 제가 하고 싶고 저한테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나거나 지적받았을 때와 망했을 때예요.
첫번째로 잘못한 거 부족한 거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 받았을 땐, 되게 고통스럽게 제 부족한 모습을 자각하게 되는데 나중에 그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아 내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구요.
두번째로 시험 망한 거 포함해서, 친구 관계가 실패했을 때라든지 제가 생각하고 준비한 게 망했을 땐, ‘왜 그랬지’ 하고 거꾸로 생각해보려고 해요. 그 과정이 성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끝났을 때도 계속 생각해요. 왜 혼났는지- 뭐가 문제였는지- 거꾸로 되짚어 가다보면 그걸 고치는 방법을 알아낼 때가 있어요.
이 순간들이 제겐 제일 기억에 남는 배움의 순간이예요.
"연구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과정인 것 같아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면 또 다른 물음표와 느낌표가 생겨나 가지치기하듯 뻗어 나가는데 이게 바로 연구구나 싶었어요." <고등학자, 내 삶을 연구하다> 책에 적힌 서희의 한 마디입니다.
서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실패하면서 세상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해요. 그러면서도 왜 실패했는지 곱씹고 다시 해보고 또 해보면서 결국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도 했죠. 서희를 만나고나서 고등학자 최서희가 역사를 연구하는 학예사가 되어 있는 모습이 점점 선명해집니다. 6개월 후,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서희는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미래에서 기다릴게요.
틴스토리 시리즈 읽기
#00 프롤로그. 시간을 달리는 세가지 질문 카드뉴스(페이스북)
#01 최서희. 고등학자 최서희의 삶을 연구하다. 카드뉴스(페이스북) ㅣ 인터뷰(브런치)
#02 이요셉.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학교의 변화에 나서다. 카드뉴스(페이스북) ㅣ 인터뷰(브런치)
#03 이남경. 내 인생을 거꾸로 바꾼 '거꾸로 캠퍼스' 카드뉴스(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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