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감 Jun 18. 2021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되어있다.

네이버 자살 직원의 이야기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지난 며칠간 네이버 직원의 자살 사건을 보며 머리가 복잡해 오고 심장이 뻐근하게 답답했다.



실제로 겪어본 스타트업의 문화는 기성의 조직이 가지지 못한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조직이 없기에, 스타트업 또한 미완의 조직이다.


그러나 성장하는 조직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하기에는 그 안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조직이 성장하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히스토리 상 반드시 겪어야 했던 일들이라 합리화를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일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임팩트는 매우 크다.


작은 조직, 특히 스타트업의 리더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혹은 누군가는 꾸준히 성장과 발전이라는 글자에 얽매여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조직과 리더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단순히 직원이 `리더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징징대는 것`과는 다르다. 구성원들도 알고 있다. 이곳은 가정이나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기로 결심한 사람 중 많은 퍼센트는 적절한 피드백과 평가로 스스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소수의 리더들이 해당 조직의 시작과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며 `팀장님` 이사님` `리더`가 되었을 때다. 그들은 자리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기 보다 나보다 아래라 생각하는 직원들을 하대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어떠한 사업 아이템을 성공시키고 조직을 성장시킴으로써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리더들은 그 미완의 조직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쩌면 기성 조직보다 더 많은 부담과 압박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성장하는 조직에서 일 하는 구성원들은 어쩌면 드넓은 바다 위에서 폭풍우를 뚫으며 항해하는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과 같다. 빠르게 전진할 수 있는 모터가 달린 대형배와 달리 작은 배는 선원들이 동력이자 에너지이다. 지금 당장은 채찍질을 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나, 그들이 죽고 나면 남는 것은 선장 혼자이다.



직장상사의 폭언과 폭행 혹은 가스라이팅,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

대부분 이러한 문제들은 조직도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의 묵언 하에 이루어진다. 젊은 리더들은 경험이 적다. 그들이 보고 배우는 것은 자신이 겪어온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대물림이랄까..



가장 최근 퇴사한 기업에 있는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전하는 메세지는 내가 있었던 때 보다도 더욱 강하게 조직원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있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 조직의 리더는 필요가 없다. 인당 생산성을 고려해 매출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더욱 날것의 메세지로 압박을 줄 것이다.`



실제로 업무를 할 당시 힘들었던 것도 일이나 회사 때문이 아니었다. 월마다 분기마다 있던 면담이었다. 

개인적으로 업무와 개인적인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그 시기 그걸 어렵게 만드는 조직이었다. 업무에 대한 평가보다는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피드백이 더 많았다.

해당 기업에서 일을 할 때는 면담을 할 때마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이런 부분은 개선했으면 좋겠다. 보다는 `업무의 효율을 중요시하는 건 좋은데, 그러면 여기서 우리랑 오래 일 못 해요` `경력이 있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실력은 아니니 효율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야근 강요),  `유감님이랑 일하는 분들이 유감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쎄서 같이 일하기 힘들대요` 나의 효율적으로 일하려는 자세, 야근하지 않는 태도까지도 문제 삼았다. 여기 포인트는 `문제 삼는다` 였다.


물론 일을 할때 어떤 자세로 업무를 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주니어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평가하는 평가자가 명확한 기준 없이 그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반대로 타임라인보다는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해 매일 야근을 하는 직원에게는 `그러한 태도가 부담스럽다. 업무가 미숙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라는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매월 면담이 끝나면 직원들끼리 `사기를 저하하는 교육을 받고 오나..?`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매출이 잘 나오는 시기 겉으로는 여러분이 열심히 해서였지만, 그 후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초기 멤버 혹은 리더 그룹뿐이었다. 그 허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스타트업의 신화라 불리는 IT 기업에서 들려온 슬픈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다르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겠지. 자신의 행동은 조직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을테니..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분명 성장할 기업을 본 혜안과 스스로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한 노력까지도 낮추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업이라는 조직, 그 조직에 있는 자리에는 명예와 영광과 더불어 그만큼의 고민과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다. 함께 성장하는 그룹의 리더는 더욱 섬세해야 한다. 업무를 유능히 하는 것과 더불어 불안정함을 뚫고 함께 나가고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섬세함이 필요하다.

(왕좌의 게임 철왕좌가 생각난다)



자리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많은 스타트업 리더들이 `병정놀이`에 빠져 있다면 오늘의 이 사태는 그저 안타까운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이 될 수 있다.


조직을 이끌고 매출을 내는 것뿐 아니라,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길.


작가의 이전글 처음부터 마케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