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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생선이 먹고 싶어서.”


우리 옆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사신다. 여기는 벌집 같은 오피스텔. 할머니의 집은 겨우 4평 남짓일텐데 그 안에는 피아노도 있고, TV도 있다. 꽁꽁 걸어잠군 문들 사이로 드문드문 문이 열려 있는 집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마주친 벌집 동지였는데, 새하얗던 머리카락과 뽀얀 피부, 핫핑크 레깅스를 입고 도레도레 어설픈 피아노를 치던 모습이 참 그림같았다. 나는 참 붙임성 없는 도시인이라 그녀와 나눈 대화란 안녕하세요-가 전부였지만, 인사를 건네거든 자글해지던 눈웃음에 혼자서는 성큼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조금 이른 퇴근길에서였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는데 비릿한 기름냄새가 복도에 가득했다. 아이고 우리 할머니, 복도에서 생선을 구워드신 모양이다. 그녀의 집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앞에는 버너와 신문지를 덮은 후라이팬이 있었다. 괜히 마주치면 민망해하실까 얼른 지나치려는데,


 "...저...저기! 아가씨!"


 할머니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요새 통 앞집도 옆집도 안보이기에, 다들 나간줄 알고..."

"아... 그러셨구나. 저 아직 여기 살아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그녀는 우물쭈물 하더니,


"미안해요, 생선이 먹고 싶어서...집주인에게는 말하지 마요.."


 아니 생선 한마리 구워먹은게 뭐 그리 큰 죄라고, 할머니는 왜 이리 어렵고 겁난 표정을 지어야 하는건지. 난 갑자기 속이 상했다.


 "아이 할머니 괜찮아요 괜찮아! 맛있게 드세요~"


 닫고 들어온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거든 나는 참 깍쟁이 같아 보인다던데, 할머니가 괜히 내가 신경쓰여서 생선이 먹고 싶어도 못먹으면 어쩌지, 정말 괜찮다고 메모라도 한번 써 붙일까. 그 손바닥 만한 작은 방, 창도 작디 작아 생선 한번 구울라치면 이불이며 옷이며 모두 비릿해지고 말텐데 말이다.


 도시는 왜이리 별것 아닌거로도 사람들을 서럽게 만드나. 빼꼼히 열어본 복도엔 할머니도 생선도 없다. 비릿한 생선 구이 냄새만 외롭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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