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하고싶은날에 쓰여진 에세이 작가의 일기
관자놀이가 멍하다. 아픈 것은 아니고, 지끈거리는 것도 아니다. 평소의 편두통과는 다른 피로감, 정신적으로 지쳐있단 신호다. 사실 알고 있다. 나 때문이다. 스스로를 가만두지 못하는, 성격 급한 재촉. 내가 가진 엔진은 볼품 없고, 달릴 수 있는 시속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다 아는 내가 잔인하리만치 힘껏 엑셀을 밟는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애꿎은 관자놀이만 피로해 질뿐. 아무래도 내 몸의 엑셀은 그 쪽에 붙어있는 모양이다.
너를 떠올린다. 네 온기에 얼굴을 묻는 상상을 한다. 내게는 없는 온도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너는 문득 무언가를 잔뜩 움켜 쥔 내 손을 보다, 손가락이 개구리 같다며 웃는다. 나는 정말인가 싶어 손가락을 쭉 펴내고, 그 덕에 쥐고 있던 것들을 데굴데굴 떨어뜨리고 만다. 놓쳐버린 것들에 신경이 쓰이려는 찰나, 거봐 개구리 같지, 하는 네 목소리에 다시 두 손을 들여다 보는 반복, 어이 없는 실랑이 속에 중요했다 여겨졌던 것들이 무용하게 잊혀진다. 엑셀을 밟아야 할 이유라던가 관자놀이가 어디였는지 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