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산문 (1)
우연히 SNS를 통해 크랜베리의 수확 장면을 영상으로 보았다. 크랜베리는 노화 예방과 항산화에 좋은 켈로그 콘프레이크에 들어가 있는 열매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 나무는 1미터 남짓의 앵두나무처럼 보였다. 무릎 정도의 물이 가득한 곳에서 키우는데 쌀 대신 크랜베리를 심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열매가 맺히고 수확 철이 되면 무릎 정도의 물이 크랜베리 논에 좀 더 채워진다. “어, 어, 안돼” 탄식이 나오게끔 나무보다 두 배는 더 높은 거대한 트랙터가 물길을 헤치며 일렬로 늘어선 나무들을 탈탈 털어버린다. 이렇게 털털털털, 탈탈탈탈, 털털털털 하루 종일 오가고 나면 본격 수확이 시작된다.
몇 만 평은 넘어 보이는 대지에 나무들이 침수할 정도로 거대한 물을 부어 버리는 것. 트랙터에 털린 크랜베리 열매들이 침수된 나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물속에서 흔들리는 나무의 덩굴. 아무리 뻗어도 크랜베리 열매 안에는 4개의 구멍이 있고 그 속은 공기로 가득 차있어 에어 포켓이 된다. 보글보글. 순식간에 떠오른 붉은 열매는 수면 위에 가득 찬다. 언뜻 그 광경은 마치 SF 같다. 토양에 철 성분이 많은 화성에는 붉은 바다가 있다고, 있었을 거라고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붉은 바다에서 농부들은 거대한 뜰채로 열매들을 거두기만 하면 된다. 나는 왜인지 도둑맞는 기분이 들었다.
열매가 수거되고 난 뒤에도 크랜베리 논의 물은 빠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물 속이 낫기 때문이다. 빼앗기는 고통, 열매 맺는 즐거움, 그중 어떤 것을 위해 크랜베리 나무는 겨울을 이겨내는 것일까. 하지만 나무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나란 사람이 크랜베리를 보면서 고통과 즐거움 중 하나만 있다면 사는 게 좀 더 수월할 거란 생각에 잠길 뿐이다.
물론 이런 습식 방식이 아닌, 우리의 앵두나무처럼 뭍에서 적당히 열매를 맺으며 자라는 크랜베리 나무도 있다. 그렇게는 농경, 농사의 경제를 부흥시킬 수는 없다. 논 공장에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크랜베리 나무에는 필연적으로 늑대거미가 자란다고 한다. 습식 농법으로는 이 거미를 분리할 수 없다고. 우리가 쉽게 접하는 크랜베리 주스, 가루, 소스와 같은 공장식 크랜베리 가공식품에는 거미도 함께다. 항상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