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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Jan 09. 2022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이야기

중국장애인예술단과 인공팔

중국장애인예술단에 황양광이라는 무용수가 있다. 황양광은 두 팔이 없다. 어린 시절 고압 전기에 감전되었지만 병원 갈 돈이 없어 그저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썩어가는 두 팔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황양광이 잠든 사이에 직접 두 팔을 잘라냈다고 한다. 


아들아, 

너의 팔을 내가 잘랐단다. 

두 팔을 내주고 목숨을 돌려 받았다. 

평생 울지도 못하는 죄인이 되기로 결심했단다. 


아버지, 대신에 제 마음엔 튼튼한 두 팔이 생겼어요.

그 팔을 내밀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어요. 

이 사랑, 아버지가 주셨어요. 


그는 팔이 잘리는 그날부터, 마음 속 절망도 잘라냈다고 한다. 예술단에 들어가기 전에는 두 다리와 두 발로 마을에서 알아주는 농사꾼이었다고 한다. 가뭄으로 모든 밭이 말랐을 때도, 그의 수박밭만은 수박이 영글었다고 한다. 그는 발과 입으로 그림도 굉장히 잘 그린다. 다른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보고 똑같이 그리고 싶어, 발과 입으로 연습했다고 한다.


장애인예술단의 가장 나이가 어린 왕메이는 뛰어난 무용수지만 청각 장애인이다. 지금은 보청기를 끼고 있지만, 곧 완전히 청각을 잃을 거란다. 처음 청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족들과 주변에서 모두 왕메이에게 "앞으로 어떡하니", "불쌍하다"고 했단다. 왕메이는 "그런 말이 듣기 싫어서 귀가 멀고 있나 봐요"라고 말한다. 


중국장애인예술단 단원들은 땀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생명이란, 땀이 흘러 고인 바다가 아닐까요, 그래서 바닷물이 그토록 짠가 봅니다"고 말한다. 주로 2인 1조(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끼리 짝이 된다)로 움직이는 그들에겐 파트너가 아닌 '약속'과 '믿음'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겠다는 믿음, 상대방을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약속 말이다. 


미국에 사는 척은 열여덟 살 때 고압 케이블에 닿아 두 팔과 세 발가락을 잃었다. 척은 이라크에서 상해를 입은 군인들을 위해 개발된 인공 팔 '데카'를 2009년부터 시도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데카보다 업그레이드 된 '루크'를 입는다고 한다. 인공팔도 옷과 같아서, 조금씩 신체 변화에 따라 맞춤 디자인한다. 데카 시절 그가 가장 많이 한 일이 악수였다면, 루크로는 과일이나 물건을 집어드는 등의 좀더 세심한 일을 한다.  


언뜻 이런 기계식 팔과 손은 의수처럼 패셔너블하면서도 기능이 결합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척의 옷 안에는 인공팔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다양한 전원 장치와 전선들이 얽혀 있다. 2007년에는 이런 기계식 팔과 손에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과산화수소 엔진을 이용하기도 했다. 과산화수소는 연소되며 수증기를 만들어내고 증기의 압력으로 전원이 켜지며 움직인다. 마치 땀을 흘리며 뭔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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