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연주 Jul 19. 2019

자기 암시

2017년 여름 일기

"기타를 처음 배울 때, 선배가 C코드만 계속 시키니까 재미 없고 배우기 싫더라고. 그래서 때려치웠지. 그런데 슬슬 또 하고 싶어지더라.  


다시 기타 잡으면서는 친구들 하는 거 따라하고 궁금한 건 물어보고 하면서 연습했어.  근데 내가 기타가 없잖아. 그래서 버스탈 때, 집에서 누워 있을 때, 걸어갈 때마다 상상하면서 항상 코드를 연습했지. 어려운 코드도 노래에 맞춰서 허공에다 해보고. 잘 때도 기타리스트 된 모습 상상하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지.  

신기하게도 이렇게 맨날 연습하다가 학교에서 친구나 선배 기타를 빌려 잡으면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 뭔가를 잘하려면 그때만 해서는 소용 없는 거 같아.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고, 일상이랑 떨어지지 않아야 잘하게 되는 거야. 아니 잘할 수 밖에 없어." 

기타 실력이 어떻게 이렇게 늘었어? 라고 묻는 나에게 아들이 하는 말이다. 김중혁 단편 소설 <나와 B>에 나오는 기타리스트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음악은 사라지는 게 아니야, 몸에 기록되는 거야. 이 손끝에"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와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