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일기
"기타를 처음 배울 때, 선배가 C코드만 계속 시키니까 재미 없고 배우기 싫더라고. 그래서 때려치웠지. 그런데 슬슬 또 하고 싶어지더라.
다시 기타 잡으면서는 친구들 하는 거 따라하고 궁금한 건 물어보고 하면서 연습했어. 근데 내가 기타가 없잖아. 그래서 버스탈 때, 집에서 누워 있을 때, 걸어갈 때마다 상상하면서 항상 코드를 연습했지. 어려운 코드도 노래에 맞춰서 허공에다 해보고. 잘 때도 기타리스트 된 모습 상상하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지.
신기하게도 이렇게 맨날 연습하다가 학교에서 친구나 선배 기타를 빌려 잡으면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 뭔가를 잘하려면 그때만 해서는 소용 없는 거 같아.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고, 일상이랑 떨어지지 않아야 잘하게 되는 거야. 아니 잘할 수 밖에 없어."
기타 실력이 어떻게 이렇게 늘었어? 라고 묻는 나에게 아들이 하는 말이다. 김중혁 단편 소설 <나와 B>에 나오는 기타리스트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음악은 사라지는 게 아니야, 몸에 기록되는 거야. 이 손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