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일기
15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 또래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부모님들에게 조언하자면, 과연 그들이 여행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알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나는 유럽의 일상적인 재래시장이나 평범한 거리 구경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더 관심이 많았던 거 같다. 아이의 풀 죽은 얼굴을 여행 내내 보기 싫다면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기대하는 것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부모님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내 또래들에게도 조언하고 싶다. 부모님이 묻지 않아도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지를 확실히 말해야 한다. 나 역시 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부모님이 가는 여행에 따라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부모님들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유럽이든, 동남아든 말하라. 만약 부모님이 기가 세서 말하기 어렵다면 부모님의 여행코스라도 조사를 해보길 바란다.
내가 여행하며 가장 뼈저리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아는 만큼 재밌다’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유명한 작품을 보면 기쁨이 샘솟는다. 그 이유는 내가 아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알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을 직접 조사해 보면 더 좋다. 여행을 통해 직접 방문한다면 흥미와 설렘은 어느새 즐거움과 짜릿함으로 바뀔 것이다. (글. 정다검)
아이 아빠, 아들, 이렇게 셋이 2015년 겨울 열흘 동안 파리와 런던에 다녀왔다. 이때 아들은 매일 우리 여행을 기록했다. 그 기록에는, 부모 욕밖에 없다. 큭. 실제로 우리 셋은 썩 좋지 않은 여행 파트너였다. 사를드골공항에서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 이렇게 긴 여행은 함께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과정이 담긴 그 기록에는 비단 욕뿐 아니라 아들이 관찰하는 부모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령, 엄마는 초식동물인데, 아빠는 육식동물 같다고 쓴다거나, 엄마는 한가롭게 여행하는 걸 좋아하고, 아빠는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대체 왜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다니는지 도저히 이해불가라는 등(아직 아들은 사랑을 몰라). 무엇보다 "시차를 적응하지 못하고, 저녁 8시만 되면 쓰러져 잠드는 촌스러운 아시안들에게 야경은 없다!"는 문장에서는 껄껄 웃어버리게 된다. 기록이 있어 다행이고, 그 기록을 아들이 해서 더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