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일기
회사에서 친절한 동료는 경계하는 게 좋다. 각자의 일을 하는데 친절을 베풀 일도 없고, 선의를 보일 필요도 없다. 업무에서 최고의 선의란, 자기 일을 잘 마무리하고 좋은 결과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팀원들에게도 친절할 생각하지 말고 트집 잡히지 않게 일 똑바로 하라고 한다.
특히 여자로 일한다는 것은 종종 남자들의 친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니어일 때 남자 선배들이 부탁도 안했는데 과하게 친절을 베풀 때가 있었다. 후배의 성장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면 감동할 법도 한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빠인 내가 도와줄게'가 깔려있다. 잠자코 듣고는 있지만 속으로 우습기 짝이 없다.
회사 지하엔 짐-체육 시설이 있는데 여자 동료들이 통 이용하지 않아 물어보니, 운동을 하고 있으면 남자 동료들이 와서 한 마디 씩 거든단다. 필라테스 PT 선생님에게 들으니 헬스클럽에 가면 가르쳐 준다고 오는 남자들이 줄을 선다고. 진짜 할 말 다했다.
왜 남자들은 가르쳐 주지 못해 안달인가. 오빠라고 불리지 못해 지랄들인가. 한번은 조립식 책꽂이를 사무실에 구입해 두고 바빠서 그냥 쌓아 두었는데, 밑에 남자 과장이 자신이 하겠다며 뚝딱거리다가 결국 마무리를 못하고 퇴근했다. 그때 가며 하는 말이 "실장님, 이거 여자 혼자 절대 조립 못해요. 내일 제가 와서 할 테니 두세요." 였다. 뭐지 이 씨발스러움은, 그 말에 발끈해서 조립해버렸다.
맨스플레인을 남발하는 이런 남자들이 정작 회의 때는 친절이 없다. 평가 때는 친절이 없다. 과오는 모두 타인의 탓이고 공은 전부 자기 몫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