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하철역 1호선 남포역
- 도보 10분
영도는 나에게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다리 하나 건너면 이어지는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섬이라는 특성과 부산 토박이임에도 영도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도대교 앞에는 아주 커다란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있고 남포동이 곧바로 있다. 백화점과 남포동은 셀 수 없이 방문했지만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영도에는 이상하리만큼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영도를 신비롭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 정말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영도, 그 중에서도 깡깡이 마을은 보다 이색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의 근대 조선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영도 대평동엔 지금도 수많은 배들이 둥둥 떠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 많은 수리조선소들이 생겼는데 녹이 슨 배의 페인트나 달라붙은 조개껍데기를 제거하기 위해 망치질을 하던 소리 때문에 깡깡이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깡깡이 마을은 이후 부산의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깡깡이예술마을로 거듭났다. 그렇다고 이곳에 예술가들만 거주하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조선업의 부진으로 인해 예전과 같은 명성은 잃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많은 공업사와 수리 조선소 등이 있고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깡깡이 예술마을의 곳곳엔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옛 건물이나 간판 등이 독특한 감성을 자아내는데 다채로운 색감을 자랑하는 벽화들이 어우러져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평일 점심쯤이었는데 예쁜 건물에 눈길을 주는 건 나뿐이었고 다들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일상이고 나에게 이곳은 여행이었다.
깡깡이 예술마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가능하면 주말을 이용해 마을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실제로 이곳엔 대형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저 정도 크기의 차가 여길 지나갈 수 있나?’ 라는 의구심에 이건 가벼운 일이라는 듯 골목골목을 지나가는 유연함 움직임을 보며 ‘예술이네’ 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이곳은 어떤 여행 코스가 정확히 짜여져 있는 곳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 벽화가 있기도 하고 골목을 따라 들어가 보면 느닷없이 색깔들이 반겨주기도 한다. 마을 투어를 신청해 정해진 코스를 걷고 마을에 대한 해설도 들을 수 있지만 만약 혼자서 이 마을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면 머리와 발을 가볍게 한 후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가끔은 여기가 어딘지, 내가 어디쯤 있는지 모를 수도 있지만 원래 예술이란 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독특한 풍경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픈 어느 동네, 영도 깡깡이 예술마을이다.
인스타그램 : onthe_travel
홈페이지 : www.greeno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