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셋, 아직 멀었다.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이번 여행에서 사뭇 재미지고 예쁜 것이 여러 사찰의 소원벨(종)이었다.

절 집에가면 의례 기와 불사나 소원지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소원벨은 처음보는 것이어서 신기했다.

작은 도자기 컵을 엎고 그 안에 종을 달고, 끝에는 소원지를 적어서 매달아 만드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풍경 소리가 난다.

백개, 오백개가 흔들리고 울리면 맑은 음악이 된다. 즐겁고 기쁜 소리가 된다.

소원지- 세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망을 적은 귀한 것들이다.

사람들의 마음, 그것도 내밀하고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것이다.

선운사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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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하나, 주인도 하나. 저렴하고 따스한 숙소를 물었더니 엄청 친절하게 추천을 해 주신다.

마음A : 손님에게는 친절,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모텔 주인에게는 손님 소개로 좋은 마음.

마음B: 마음A 를 믿음. 오후 선운사 여정을 마치고 따스하게 푹 자야지?

마음C: 손님을 한 명 받으면, 작은 벌이라도 되려나?

저녁을 먹기 전 모텔에 들렀다. 놀랐다. 거의 민박집 수준의 허름한 곳이었다.

마음B: 혼자 잠 만 잘건데... 따스하기만 하면 되지. A와 C의 관계도 있으니 그냥 쓰자.

현금으로 지불하고, 다시 그 식당으로 왔다.

K 는 이번 여행에서 대화를 나눈 단 한사람. 10년 전 이곳 고향으로 귀농한 헌법학 박사님이시다.

어려운 시절 절 뒷간방을 같이 쓰던 룸 메이트 친구다.

귀농이라기보다 낙향이라 해야 되나.

농사에 서툰 그가 이제껏 살아온 날들이 그렇듯, 또 열심히 논밭을 일구는 힘겨움이

마음과 몸 건강의 과정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부러도 찾아 올텐데 여기 까지 왔으니 얼굴이라도 봐야지.

친구와 저녁을 하고, 다시 혼자들어간 민박집 모텔.

허름은 인정. 쓰레기통도 비워지지 않았고, 정수기 물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

무엇보다 추워 죽는 줄 알았다. 그나마 침대의 전기매트에 의지해서 새벽까지 버틸 수 있었다.

7,80년대, 어느 피서지 민박집의 바가지 뒤집어 쓴 기분.

이 정도라면 마음 셋 모두 최악이었던거다.

다시 찾을 일없는 식당이고 모텔, 다시 볼 일 없을 그냥 그런 손님.

하루 저녁, 참 어렵고 힘들게 엮인 세 마음이다.

새벽 6시. 조용히 나와 차 안에서 히터를 세게 틀었다.

곡성의 휴게소에서 따스한 토란탕을 먹으니 속추위가 가라앉았다.

아직도 서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생각보다 어수룩하고, 작은 친절에 미혹되고 지혜롭지 못하다.

아주 잘 살아왔다고?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고? 아직은 젊다고? ACTIVE SENIOR?

이제 3일째 여행을 시작한다.

세상의 마음, 그리고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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