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던, 송광사와 불일암.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아침, 山寺에 눈이 펑펑 내린다.

금새 소담하게 쌓인 눈 위에 내가 처음 발자욱을 남긴다.

한 폭 그림 속에 내가 들어 있다.

기쁘고 상쾌하고 가슴 속에 즐거움이 그득 차 오른다.

옛 날의 일주문에서 올라가는 길 내내

설경이 아름다웠고, 눈이 계속 내렸고

새로운 경치가 계속 만들어진다.

송광사는 일단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개별 전각들도 모두 아름다웠다.

대웅전 들어가니 막 사시예불이 시작 되고 있었다.

승보사찰 답게 스님 4,50 여분이 함께 예불을 하는 것은 그 분위기가 자못 장중 했다.

4,50명 스님들의 중창 독경 소리는 가슴을 울렁거리도록 힘이 실려 있다. 그 한 켠에 나도 앉아 있었다. 당초 생각은 고갯길 6.5km 을 넘어 선암사로

가는 포행길을 걸으려 했으나, 눈이 많이 오고

준비가 덜 된 핑게로 욕심을 버렸다.

눈이 그치고 이 곳 저곳을 기웃하며 경내를 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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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3대 보물 중 하나라는 비사리구시.

인근 마을의 큰 느티나무를 통째로 파서 만들었다는 밥을 담는 용기.

사찰의 큰 행사나 나라의 제사가 있을 때 쌀 7가마, 거의 4천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저 느티나무는 福을 많이 지은 나무겠다.

마을 수호신의 당산나무 겸,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쉼터와 교류의 장소를 제공 했을 것이고

죽어서도 대중의 밥 공양을 하는 그릇이 되었으니 말이다.

보고 또 봐도 참으로 멋진 경치며 잘 찍은 사진이다.

우화각. 그리고 아래 삼청교.

송광사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전각이고 다리이다. 羽化는 "깃털이 돋아 하늘로 날아오른다" 는 뜻이란다.

송광사는 이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박물관이나 템플스테이 등이 어마하게 들어서서 그냥 직진으로 들어오기 쉽지만 옛 날 길로 거슬러 올라와 우화각을 통 해 들어오면 정면의 대웅전을 만나게 되고

한 평 남짓 가장 작은 문수전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날아오르는 경지야 가늠도 할 수 없지만,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저 맑고 밝은 세상으로 건너가는

느낌 정도는 생각 해 볼 수 있지 않은가.

한 때, 무소유의 맑은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던 법정 스님은 송광사에 오래 계셨다.

송광사에서 불일암 가는 길도 발자욱 없는 숲 속의 작은 길이다.

전나무 숲에 이어 빼곡하고 시원한 대나무 숲이 이어진다.

오늘 보는 겨울 숲은 아주 하얀 설경이거나 아주 푸른 대 숲이다.

不二門, 不二橋 에 너무 익숙해져서 佛日庵을 不一庵으로 착각 했었다.

모두 다 不二인데 왜 不一일까? 바깥에 선 사람들에게 둘이 아님을 경책하고

안에 들어서면, 하나도 아닌 그냥 空인 것인가

뭐 좀 아는 체 하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 낸 오만이다. 스님의 가르침 때문인지 그 늘 보게되는

"복전함"도 없다. 파란 표지의 방명록이 스님 자리에 놓여 있다. 스님이 주신 맣은 글 들을 받았는데,

내가 스님께 한말씀 쓸 수 있다니....



송광사에서 佛日庵 오르는 길은 "무소유 길"이다.

갖지말라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무소유길은 복잡한 것을 내려 놓게 한다.

토끼가 산 길 다니듯,

그저 작고 예쁜 길을 천천히 걷는 길이다.

뭐, 마음도 생각도 오늘 오후 어디로 갈지도

그냥 아무 것도 없이 걷는 길이다.

그랬으면 좋은 길이다.

불일암에는 들어 갈 수 없었고,

스님이 늘 앉아 계시던 그 투박한 의자가

스님이 계신 듯 가만히 있었다.

2010년 스님이 입적하실 때, 더 이상 스님의 책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온천지 서점을 들러 스님 책을 한 권씩

다 모으는 치기를 부렸다.

참 어리석은 소유욕 아니었나?

좀 식은 커피를 마시며, 그 마음자리 깊숙히

불일암 텃 밭 위 긴 의자에 앉았다.

법당이 따로 있을 건 아니지 싶다.

작은 암자 마당과 후박나무와 텃밭,

큰 구름이 걸려있는 조계산이

마음의 법당인 것을......

송광사 <--> 서울 센트럴 시티 직항 노선버스 개통

서울출발 08시40분, 15시10분

송광사 출발 09시33분, 16시03분 약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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