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길, 선암사

마음여행 셋쨋 날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세상에 더없이 아름답다는 다리, 선암사 승선교(昇仙橋)그리고 강선루

주차장에서 2km 남짓 선암사 가는 길은 한적한 계곡을 끼고 도는 신작로여서 좋았다.

승선교를 지나면 바로 선암사.

때묻지 않은 것이 아니라 덧붙여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가람이야 오래되면 다시 짓는 것이고, 유독 왜란 중에 궁궐이며 사찰이 다 불타 조선 중기이후 대부분

새로 지어진 우리 건축 문화재이지만, 선암사는 덧 지어진 것이 없는 모습이다.

아주 오래 전의 시간으로 들어온 느낌이고, 역사 드라마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당초 지어질 때의 사찰의 배치와 건축 양식이 원형 대로 잘 보존되고, 태고종 최고 본산으로

엄격한 수행 풍토가 고스란히 남아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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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철저한 침묵으로 가득한 법당에서 향을 피워 올렸다.

다른 사찰과는 다르게 불단에는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만 모셔져 있었다.

묵직한 조용함, 내 숨소리만 들리고 향에서 피어나는 하얀 실선의 연기만 움직인다.

적멸은 모든 고뇌가 다 없어진 상태 일텐데, 내게는 지금 이 곳이 그 적멸 어디 쯤은 될터이다.

그 역할과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는 여행자는 많은 전각들 사이의 작은 공간을 오래 서성이고

걸었다. 오래된 담장의 기와에는 이끼가 선명하고, 동백이며 팔손이, 크고 작은 나무들이

처마 끝과 석탑들과 어울리고 함께 그림을 만들고 있다.

"뒷깐"은 화장실이다.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해우소"라 표기한다.

근심을 푸는 곳이다.

생리적으로야 그보다 중하고 급한 것이 있으랴

먹는 것이 안되는 것도 큰 일이겠지만,

배설이 안되는 것은 더욱 큰 일이다.

마음은 "먹는것" 이다.

먹은 마음은 어떻게 풀고 배설 해야 하는가?

뒷깐의 일이 끝나면 개운하고 시원 할 것이다.

마음은 가라 앉혀야 하는 것인가 보다.

근심, 화, 미움 등은 풀어낸다고 한다.

오랜 역사의 유물,문화재적 가치가 있을 법한

선운사 뒤깐에서

선문답 같은 되새김을 하고 있다.


삼지닥이란 걸 처음 본다.

닥나무의 일종인데 이렇게 겨울을 나고 있다.

이 건 꽃봉오리 이전의 그 무엇. 꽃 눈이랄까?

3,4월이 되면 노란꽃을 피운다고 한다.

신기하다.

이끼가 내려앉은 오래된 담장 옆의

나무는 "선암매"로 유명한 매화 이다.

매화가 피는 날 부터가 봄이겠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디자인(?)하셨다는 기막힌

타원형 연못 삼인지.

2층 구조의 남녀 구분으로 진짜 옛 스런

뒷간(해우소)

선암사 전체가 정원인듯 풍성하고 즐비한

건물과 나무와 화초.

선암사에 오는 길. 조정래 길이 있었다.

소설가 조정래님 생각이 난다.

"태백산맥"의 첫 장이 순천과 벌교 일대.

염상진 형제의 이야기.

조금 어둑해지는 그 좋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조금 눈발이 날렸다.

빨간 우산을 쓰신 할머니.

그냥 모자를 푹 눌러쓰신 할아버지

저 분들의 시절도 길고 깊겠지?

"길에서 길을 묻다"는 오래 전 읽은 어느 스님의 책 제목이었다.

隧處作主. 머무는 곳에서 주인이 되라.

누구든, 언제든,어디서든 내 삶의 주인이 되고 내 길의 주체가 되는 그런 길을

묻고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길 위에서 내가 갈 길을 찾는 것은 오롯이 내 혼자 해야 될 몫이요, 책임이다.

그럴 수 밖에 앖고 그 외 다른 길도 없다.

할아버지가 찍어 주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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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여행 3일차.

마음과 여행이 자꾸 멀어지려한다.

내려놓고 비우기로 한 마음.

이곳 저곳 다니면서 즐거운 여행.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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