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고 편안한 잠을 잘 잤다.
선암사에서 가까운 순천은 지리산 쪽으로도 가깝다.
화엄사나 사성암을 다녀 올까 잠시 망설였으나, 순천에서 오전을 보내고 집에 가기로 한다.
마음 여행은 욕심을 낼 일도 아니고, 지칫 너무 마음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도 조금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침 8시, open 시간에 맞춰 도착한 것은 행운이었고 호사였다.
2만마리 쯤의 새들과 나 혼자만의 구경이고 놀이였고 경이로운 기쁨이었다.
8천마리 흑두루미,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흰뺨)청둥오리가 장관을 이루는 아침이다.
내 생애 하늘을 가득 덮는 새들의 비상을, 그리고 그 황홀한 날개짓 소리를 언제 보고 들을 것인가.
전세계 2만마리 정도가 남아 있는 재두루미 중 7천여 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대부분 흑 두루미.
열병 행진을 하는 군인들처럼 들녘을 가득 메우고, 군가를 부르듯 아주 요란하게 소리를 지른다.
오리들은 자주 화르르르 날아 오르지만 두루미들은 주로 한쪽으로 계속 걸으며 먹이를 찾는다.
아마 사람들이 뿌려놓은 알곡들을 주워먹나보다.
철새들을 위해 사람들은 들판에서 전봇대와 전기줄을 제거하고, 이 구역에 비닐하우스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새들이 찾아오는 것은 생태계가 건강하고 자연 환경이 좋다는 의미 일 것이다.
먼 시베리아 어디쯤서 수천리를 날아오는 새들의 여행은 생존의 습관이겠지만, 그들의 몸 속 어딘가에 좋은 곳을 찾는 지혜가 담겨져 있을 것 아닌가.
별 소리없이 어느 날 들판을 가득 메우다가, 2월말, 3월초가 되면 들판을 텅 비워 줄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농사를 짓고, 그들에게 줄 알곡을 따로 준비 해 둘 것이다.
좋은 인연이다.
날어오르는 새들은 힘차고,
날아 앉는 새들은 우아하다.
숫적 우위를 아는지, 탐조 길 울타리 때문인지 녀석들은 두려움 없이 제 할 일을 한다.
제 할일은 내 여행의 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고 사진을 찍도록 풍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나는 울타리 뒤의 구경꾼으로 보다가 찍다가 듣다가 걷다가 마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오르면 나는 만세를 부른다.
고개를 젖히고 몇 마리나 되는 지 세어보고 싶지만, 너무 많고 너무 빠른 탓에 그럴 수 없다.
소리를 듣는다.
세찬 힘, 활력이 느껴진다.
마음 여행의 짧은 여정을 마무리 한다.
텅 빈 겨울의 산사.
보여주려함도, 보고자 하는 욕심도 없는 공간으로의 여행이
마지막날 요란한 철새들의 떼지은 비상으로 마무리 된다.
새들의 飛上.
마음비우기, 마음 내려놓기는
마음 채우기, 더 높은 곳으로의 마음 올리기로 가는 것인가.
내려 놓은 마음, 두고 온 마음이
채워지고 올라가는 마음이 확연히 다르면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아주 조그만 깨우침이 자리매김하면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