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여행의 길 끝에서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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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의 마음여행은 무척 먼 길이었다.

부안, 고창, 순천을 돌아오는 물리적 거리라야 1,000km 정도로 가늠 할 수 있겠지만,

마음과 생각이 오가는 의식속의 거리는 100,000km 도 더 넘지 않을까.

여행을 마친 다음 날.

강서구의 "어떤 법당"에 들렀다. 지하철 역 큰 길가의 큰 건물 1층. 스타벅스 커피점이 있을 법한 자리.

"어떤 법당은 부처님이 모셔진 카페"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듯 하다.

아무나 들어가서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개별 룸에 들어가 명상도 하는 ...모두 무료.

사찰을 포함한 성당이나 교회 등등.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어떤 전통이나 격식에서 벗어나

마음 쉼을 할 수 있다면 그 이득이 얼마나 크겠는가.

생각의 방향이 자유롭고 깊어지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느낌이다.

休. 休息

쉰다는 것과 즐겁게 노는 것과는 다를까.

휴식을 일처럼 하는 거면 어떤 것일까?

그러면 휴식이 노는 것보다 더 좋을까

"休 법당"에서 몸이 따스해 지는 좋은 보이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음 쉼을 해본다.

나흘간 여행의 시간을 되감아보고, 다시 펼쳐 보면서

억지로라도 그 여행의 의미를 좀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써 보기도 한다.

생각 속의 여행은 참 많이 길다.

개심사 입구의 소나무 바람,

내소사 청련암 대나무 숲 바람,

개암사 입구의 전나무 숲과 차 밭,

선운사 동백 숲과 만세루 천장의 굽은 석가래,

도솔암 오르는 길. 사람들이 공들여 쌓은 작은 돌탑,

송광사의 함박눈내리는 마당

선암사 삼지닥 꽃 봉오리

그리고 순천만 습지의 철새들.

그리고 거기 거기의 나.

그러고 보면 먼 거리, 오랜 여행이었다.

아득한 꿈 길 여행인것도 같았다.

그래도 마음이 아주 편안한 여행이었다.

자유로운 여행이었다.

언제나 바쁘게 달리고 살아온 길이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바쁜 것과 같을 것이다.

직장생활도

가장생활도

취미생활도 바쁘지 않고서야 가능하겠는가.

앞으로도 바쁠 것이다.

죽을 때까지 바쁠 것이다.

다만, 조바심을 내거나 초조하게 살지 말자고 생각한다.

바쁜 것과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을 어떻게 구분지어 낼 것인가?

욕심을 내지 않으면 가능 할 것인가?

자신감 넘치는 것이 자만심 아닐까 싶다.

자만심은 갖지 않아도 자신감은 넘쳐야 하는데...?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좀 덜어내고,

오래 전의 성취감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살아가는 속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 보자.

평생 좋아하는 山行에서는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종주 산행이나

반드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

雨中에도 폭설에도 기어이 등산을 하는 일.

그런 것들을 자랑으로 삼는게 자만심이다.

이제 무리한 산행을 줄이는 편이다.

속도 보다는 산행 자체를 즐기는 것.

높이 보다는 둘레길정도를 자주 가는 것.

그런 것들에 가치를 두는 것은

몸과 체력의 한계로 선택 되어지기보다

마음과 생각의 주체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작은 여행인 것.

직장이나 일 에서도 그런 선택을 하자는 생각이다.

뜻을 세우고 꺽지 않는다 고집 할 것이 아니라,

잠시 물러서고 멈추어 방법을 찾는 여유, 지혜를 찾아 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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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의 숲 길도, 물 길도 늘 굽이지고 돌아가는 길들이었다.

길 모퉁이 하나 돌아가면, 거기 좋은 풍경이 하나씩 나타나곤 했다.

숲 길도 물길도 직진하면 벼랑을 만나고, 언덕을 넘어 가야 했을 것이다.

벼랑과 언덕을 넘어가는 지혜는 조금 돌아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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