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 불일치

by 온우








조명이 닿지 않는 쪽으로 네가 앉아있었다. 방 안은 어두웠고, 너는 내 시선을 피하지도 마주하지도 않았다. 무릎 위 가지런히 얹힌 두 손과 조금씩 숙여지는 고개. 말을 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네가 그 침묵을 고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무거운 공기 속에서 나는 숨을 쉬는 방법을 익혔다.


네 앞에 다가가 무릎이 닿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에 앉았다. 창밖의 불빛이 유리창에 닿았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그제야 너는 고개를 들었다. 네가 많이 아픈 얼굴을 하고 있어서 뭐라도 꺼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대신 앉은 자세를 조금 바꿨다. 네 쪽으로 등을 돌리지 않도록. 아무것도 아닌 몸짓으로 말없이 네 곁에 오래 머무는 일.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네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잡아도 되고, 잡지 않아도 괜찮은 손.


내가 네 편이라는 건 결심처럼 혼자 해버린 다짐이었고, 대단한 약속은 하지 못했지만 네가 붙잡고 있는 밤들을 하나씩 깨워줄 마음만은 확신으로 가득 찼다. 너의 기억 위에 다른 시간들을 덧칠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걷는 일은 늘 손을 꼭 잡아야 가능한 건 아니었다. 때론, 곁에 서 있는 일만으로도 누군가는 살아낼 수 있다는 걸 너를 보며 알게 되었으니까.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네 옆에서, 나를 지킨 너를 내가 지킬 차례다. 네가 그걸 바라보든 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