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by 온우








버스 창가에 앉았다.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이 얇은 유리를 두드리며 낮게 울렸다. 흐르는 풍경은 잘린 필름처럼 끊겼고, 가로등을 지나갈 때마다 얼굴 위로 불빛이 뛰어다녔다. 그 사이로 묻혀 있는 내 표정이 창문 유리에 겹쳐 보였다. 창 위엔 사람들의 흔적이 지문처럼 남아 있었다. 오래 닦이지 않은 자국들이 불규칙하게 이어져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덮어 씌웠다. 나는 자꾸 창밖보다 창 안쪽에 비친 나를 바라본다. 지나온 장면들이 내 얼굴 위로 따라붙는 것 같아서. 손끝이 차가운 유리를 조심스레 짚었다. 멀어지는 것들은 왜 항상 더 선명하게 남는 걸까. 흐릿한 자국 위에 겹겹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이처럼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동시에 이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일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하지만 그때에는 마땅했을 이유들이. 나는 그것들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니까.​​​​​​​​​​​​​​​​ 흐릿한 자국들을 굳이 닦아내려 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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