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없는 해안가였다.
발자국은 눌리자마자 바람에 흩어졌고,
등 뒤에서 작은 모래가 바스락거렸다.
물이 빠진 해변에 짧게 눌려있는 내 모습.
그 테두리 끝을 따라 조개껍데기 하나가 거꾸로 뒤집힌 채 마른 모래에 묻혀 있었다. 가장자리가 조금 깨져 있었고, 속은 잘 닦인 접시처럼 반질거렸다.
나는 그걸 손에 쥐고
작게 구부러진 부분을 손톱으로 눌렀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면이 있었다.
내내 벌겋게 달아오른 손 위로 그 껍데기를 올려뒀다.
무언가 사라진 자리에 그 형태가 남아 있다는 게 이상했다.
그 조개껍데기를 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자꾸 작은 소리가 뒤따라 오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슬리퍼에 젖은 모래가 붙어 끌리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조개껍데기는 다음 날 어딘가에서 부서졌지만, 그 모습은 왜인지 바다를 닮아 있었다.
조개껍데기는 소리를 잃고 나서야, 바다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