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얼굴을 떠올리며
-선생님. 누가 넘어졌어요. 피가 많이 나요!
반납일이 43일 지난 책을 갖고 온 이용자에게
이용 안내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얼른 가보세요.
사고를 전한 아이를 따라 서둘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헉!
얼굴 가득 피를 묻힌 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연한 노란색 옷이 피로 얼룩져있었다.
상의는 얼굴에서 흘러내린 피로,
하의는 바닥으로 떨어진 피가 튄 자국이었다.
아이에게 달려가 부축하고 가까운 계단에 앉혔다.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와 휴지와 물티슈를 집어 들고 달려 나갔다.
도서관 앞 운동장에서 놀다가 넘어졌다고 했다.
아이는 눈썹 위를 크게 다친 듯 보였다.
흐르는 피 때문에 상처가 보이지도 않았다.
아이가 앉은 자리에 피 웅덩이가 생겼다.
따라 나온 이용자는 119에 전화를 하고 안내에 따라 지혈을 했다.
이름이 다정이라고 했다. 나는 다정이에게 천천히 질문을 했다.
어지러운지, 목이 마른지, 전화기가 어디 있는지... 아이는 또박또박 질문에 대답했다.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했다.
다정이는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지는 않다고 했다.
피가 멈추자 깊은 상처가 드러났다.
3cm 길이로 찢어져 있었고 움푹 파여 있었다.
다정이 손과 옷에 묻는 피와 먼지를 닦아주고 마스크도 새로 갈아주었다.
-많이 놀랬지? 아빠도 곧 오실 거고 도와줄 분도 오실 거야. 병원에 가서 잘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야.
다정이는 침착했다.
다정이 아버지가 도착했고 119도 도착했다.
구급대원은 상처가 깊고 여자아이 얼굴이라서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해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병원을 알려주었다.
다정이는 아빠 손을 잡고 걸어갔다.
사고 소식을 전한 아이에게 다가가
다친 친구는 피도 멈추었고 아빠랑 같이 병원에 갔다고 알려주었다.
고맙다고 덕분에 빨리 지혈했다고 말해주었다.
다친 다정이 동생이 혼자 남았다. 할머니가 오시기로 했단다.
다정이 동생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긴장이 풀어지면서 몸이 떨렸다.
자리에 앉았다. 옷소매에 피가 묻었다.
10분 내내 들여다본 아이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뭔가 이상했다. 마음에 턱 걸리는 무언가.
그게 무엇일까.
얼굴을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과자 부스러기가 묻은 입술,
피얼룩으로 붉어진 볼,
눈, 눈...
상처와 함께 따라오는... 눈물. 눈물이 없었다.
다정이는 울지 않았다.
다정이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지혈을 하는 동안에도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아빠를 보고도 희미한 미소만 지었다.
너무 놀랐을까. 당황했을까.
혼날까 봐 무서웠을까.
어른들이 도와주고 다독거려 주어서 안심했을까.
참는 게 익숙한 아이일까.
다정이 얼굴에 깊게 파인 상처보다
흘리지 않는 눈물이 더 걱정되었다.
괜한 걱정일까.
'병원에 가서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돼.
눈물 나면 울어도 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다정이가 그래주길 바랐다.
그리고.
다정이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기도했다.
우리 아프면 울자!
채윤이에게 나의 걱정이 괜한 것인지 물어보았다.
"30 바늘이나 꿰맸다면서!
너무 놀라면 아프지도 않아.
집에 가서 많이 울었을지도 몰라.
핸드폰 잃어버렸다면서. 그게 더 눈물 날 걸!"
*어린이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