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의 의미에 대해
내 이름은 온유입니다.
따뜻할 온, 부드러울 유.
그리고 조금 자라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온유는 성령의 열매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는 그다지 온유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잘 욱했고,
불의 앞에서는 쉽게 격분했고,
어릴 적에는 싸움도 했습니다.
보도블록을 들었고,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울기도 잘 울었습니다.
분노해서 울었고,
억울해서 울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와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온유라는 이름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온유해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온유함은
내가 애쓴다고 손에 쥘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성령의 열매라는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온유는 성취가 아니라
결과이고,
훈련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었으니까요.
다만 시간이 지나며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10대의 날 것 같은 분노도
20대의 거친 정의감도
이제는 조금씩 남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온유한 사람이기보다는
온유한 척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말을 삼키고,
한 박자 늦게 반응하고,
모든 감정을 즉시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불의에 분노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고,
눈물이 많은 것도 그대로지만,
그것들을
당장 휘두르지 않고
가슴 안에 잠시 두는 시간을
버틸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나에게 온유함이란
도달해야 할 성격이 아니라
신앙이 나를 조금 늦추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향해
곧바로 달려들지 않게 하는
작은 지연 장치 같은 것.
온유라는 이름을
이제는 목표라기보다
방향으로 생각해 보려 합니다.
끝까지 가지 못해도 괜찮은 방향으로.
오늘도 온유하지는 못했지만,
성령의 열매를
조금 흉내 내며 살았습니다.
그 정도면
지금의 나로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