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하는 우리

“사람이 죽음을 바라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by 박온유


“삶의 의미도 방향도 잃어버린 사람이 죽음을 바라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라는 주제는 삶과 죽음의 가치, 윤리적 판단의 근거, 자율성과 공동체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철학적 논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 삶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시작으로, 윤리적 딜레마의 성격을 분석하고, 자율성과 타율성, 공동체의 책임과 개별적인 삶의 존중을 함께 논의하는 담론이 될 수 있다.


1.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한 철학적 고찰

삶의 의미와 방향성은 많은 철학자들에게 있어 중심 주제라 할 수 있다. 니체는 인간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보다는 스스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였다. 반면, 삶의 의미가 외부적 요소에 의존한다고 보는 종교적 관점에서는 인생을 신적 계획의 일부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삶의 의미와 방향성은 ‘발견하는 것’과 ‘창조하는 것’이라는 상이한 두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이 두 시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목적을 부여하는 토대가 된다.


2. 죽음을 선택할 자유와 윤리적 딜레마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잃은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 의지에 기반한 결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자율성은 인간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겨지며, 칸트의 자율성 윤리학에서는 자율적 결정이 개인의 도덕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칸트는 동시에 인간 생명을 도구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죽음에 대한 결정 또한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자율성에 대한 존중과 생명에 대한 존엄이 충돌하는 문제로, 개인의 자율적 결정이 윤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복잡한 고민을 초래한다.


3. 공동체적 관점에서 생명의 존엄과 사회적 책임

사람의 생명은 단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내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유교나 공동체주의 관점에서는 개인의 죽음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는 사회가 개인의 고통을 덜어줄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보며, 개인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은 상태라면 사회가 그 원인에 대한 책임을 일부 지닐 수 있다고 본다. 이럴 경우, 개인의 고통을 줄여줄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며, 죽음을 바라는 결정은 사회적 맥락에서 충분한 논의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게 된다.


4. 자율성과 타율성의 윤리적 균형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는 철학적 자율성의 표현일 수 있지만, 그 자유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은 여러 윤리적, 철학적 고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5.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개인

인간은 고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사회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개인의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상실감을 남긴다. 삶의 의미나 방향을 잃고 죽음을 선택하더라도, 이 결정이 공동체 내에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자유를 절대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6.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의 의무

공동체는 개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책임이 있다. 이는 사회가 개인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할 의무를 지닌다는 의미이다. 개인의 고통이나 절망이 단지 개인의 책임으로만 치부될 수 없다면, 죽음을 선택하는 결정도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7. 자율성의 한계와 윤리적 책임

자율성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모든 자율적 결정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자율적으로 폭력적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생명에 대한 결정은 단지 자율성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권이 윤리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는 절대적일 수 없다.


8. 고통에 의한 비자율적 선택 가능성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고통을 겪는 상태에서 내려진 죽음의 결정이 진정한 자율적 선택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심리적 고통이나 정신적 어려움으로 인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졌을 경우, 죽음을 선택하는 결정은 비자율적일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지원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상태라면 특히 그러하다.


10.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생명 유지의 가치

철학적으로 생명은 인간에게 부여된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로 여겨진다. 이러한 생명권은 단순히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가지는 권리로, 그 자체로 존엄성을 지닌다고 여겨진다.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가 절대적일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생명의 가치와 존엄이 특정 상황에서 타협되기 어려운 윤리적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자유는 절대적일 수 없으며, 사회적, 윤리적 맥락 속에서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결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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