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마이크와 돌멩이

노래가 끝나면 투쟁이 시작되었다

by 박온유

나의 싸움은 손끝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철저히 구분되어 있었다.

왼손은 마이크를 잡았다.

떨림을 감추기 위해, 혹은 비장함을 더하기 위해 핏줄이 서도록 꽉 움켜쥔 마이크.

그것은 나의 이성이면서, 어린 시절 삶의 모호함을 벗어나기 위한 호소였다.

오른손은 하늘을 향했다. 손목에는 선명한 붉은 띠가 묶여 있었다.

드럼 비트가 터지고 스피커를 찢고 나가는 베이스 소리가 학우들의 심장을 때릴 때,

나는 그 붉은 띠가 펄럭이도록 허공을 갈랐다. 절도 있게, 그리고 날카롭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수천 명의 학우들이 내 오른손 끝을 따라 함께 파도쳤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혁명의 가수였고,

광장의 아이돌이었다. 그 거대한 에너지는 나를 고양시켰다.

하지만 그 고양감은 찰나였다. 노래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고 마이크 잭을 뽑는 순간,

무대의 마법은 깨진다.

이제는 '공연'이 아니라 '전쟁'이 시작될 시간이다.


나는 무대 뒤로 뛰어 내려가 화려한 무대 의상 위에 낡은 청자켓을 걸쳤다.

왼손의 마이크를 내려놓고, 오른쪽 손목의 붉은 띠를 꽉 조여 맸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보도블록. 우리의 무기이자, 우리의 방패이자, 우리의 거리였던 그 딱딱한 돌덩어리들.

노래가 끝나면 대열은 순식간에 재편되었다. 나는 '본대'였다.

맨 앞줄에는 건장한 남학우들이 섰다.

사수대.



그들은 쇠파이프를 들거나 화염병을 들고, 다가오는 백골단과 전경들의 방패벽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우리의 인간 방패였다.

그들이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전경들과 뒤엉켜 싸우는 동안, 우리는 그 뒤에서

스크럼을 짰다.


우리의 무기는 그들이 깨어놓은, 혹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보도블록 조각들이었다.

나는 사수대의 어깨너머로 날아오는 최루탄을 노려보았다.

슈우욱, 펑! 땅바닥에서 미친 듯이 회전하며 매캐한 가스를 뿜어대는 일명 '지랄탄'.

그것이 우리 대열 한가운데로 굴러들어 오면 피할 곳은 없었다.


"차버려! 밖으로 차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 지랄탄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타들어 가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팔을 확인하며 소리쳤다.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짧은 순간.


"백골단이 뚫고 들어온다! 튀어!"


사수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검은 헬멧의 백골단이 곤봉을 휘두르며 본대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타닥, 타닥. 군홧발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면 우리는 살기 위해 뛰어야 했다.

희뿌연 최루 연기는 그때만큼은 우리의 보호색이었다.

우리는 연기 속으로 몸을 숨기며, 골목으로, 학교 담벼락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등 뒤에서는 비명과 둔탁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우리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사수대 친구들.

가장 많이 맞고, 가장 많이 피 흘리고, 결국 닭장차로 끌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돌멩이를 쥔 손을 떨었다.


내가 던진 돌은 그들을 구하기엔 너무 작았고, 나의 도망은 너무나 비겁하게 느껴졌던 날들.

그렇게 나의 20대는 미안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채 연기 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가수가 아니었다. 노래는 그저 싸움을 알리는 나팔 소리에 불과했다.

노래가 끝나면, 나는 짐승이 되어야 했고, 투사가 되어야 했고,

가장 낮은 바닥을 기어야 하는 생존자가 되어야 했다.


아스팔트의 열기, 깨진 보도블록의 날카로운 단면, 그리고 최루탄 연기 속에서

서로의 손과 팔에 의지해 버티던 그 축축한 공포.

그것이 나의 20대,

나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



바리케이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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