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그림자

연봉은 오르는데 영혼은 말라갔다

by 박온유

2000년대 초반, 세상은 '밀레니엄'이라는 단어와 함께 IT 광풍이 불고 있었다.

나는 그 거대한 파도의 가장 앞줄, 아니 가장 깊은 바닥에 서 있었다.


당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각종 박람회와 엑스포.

그 화려한 전시 부스 디자인이 내 밤의 일터였다.

기업들은 앞다퉈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어 했고,

의뢰는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나의 하루는 기괴한 이중생활이었다.

낮에는 유기합성 실험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독한 시약 냄새(Solvent)에 쩔어 살았다.

벤젠과 아세톤 냄새가 모공 깊숙이 박혀 샤워를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나는 실험복을 벗고 3D MAX와 포토샵, 드림위버를 켰다.

윙윙거리는 본체 쿨러 소리가 나의 자장가였다.


현실의 나는 좁은 원룸에 구겨져 있었지만,

모니터 속의 나는 전능한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화려한 2층 부스가 세워지고,

코딩 한 줄이면 세상에 없던 사이버 공간이 창조되었다.


몸은 부서질 것 같았다. 렌더링을 걸어놓고 쪽잠을 자다가,

컴퓨터가 다운될까 봐 10분마다 깼다.

48시간을 꼬박 새우고 찜질방에서 기절하듯 잠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수군거렸다. "독한 년.", "어린 게 벌써 돈독이 올랐네."

상관없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20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액수였으니까.

겉으로 보기에 나는 완벽한 '능력녀'이자 '골드미스'의 유망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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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울보. 사람이 사랑이라 읽히게 될 날을기다리는 바보. 사랑하여 글을 쓰고 노래를 짓는철 들기 싫은 노래쟁이. youtube.com/@OnYou-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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