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투어
이 주기는 아름답지 않다.
사진으로 남겨도 근사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설명해도 감동이 없다.
정신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격주로 돌아오는 병원 이름들은 여행지가 아니라
내 삶이 멈추지 않게 붙잡아 두는 점검표에 가깝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 어떤 요일인지보다
어느 과를 먼저 가야 하는지가 먼저 떠오른다.
약을 받는 날인지, 주사를 맞는 날인지,
아니면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는 날인지.
이건 회복의 서사도 아니고
극복의 이야기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그저 유지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아주 조금 덜 아프기 위해 반복하는 행위들.
사람들은 이런 삶을 보면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해?”
하지만 그 질문은 이미 전제가 틀렸다.
이건 ‘그렇게까지’가 아니라
여기까지라도 오기 위한 최소한이니까.
이 주기는 멋이 없다.
서사적으로도 지루하다.
반전도 없고, 결말도 없고,
다음 회차 예고조차 늘 똑같다.
그래서 가끔은
이 모든 걸 관리라고 부르기보다
자괴감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붙잡아야 할까.
왜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을까.
하지만 동시에 안다.
이 주기를 놓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할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고, 질문하지 못하고,
그저 버텨야 할 하루만 남게 될 거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병원 접수대 앞에 앉아 있다.
폼 안 나는 하루를 살기 위해
폼 안 나는 선택을 반복한다.
아무도 박수 치지 않는 결정들로
내 삶의 최소 단위를 유지한다.
이건 자랑할 이야기도 아니고
누군가를 설득할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질 하루다.
그래서 또 쓴다.
이 주기가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지루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사실을
내가 먼저 잊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