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왜 나는 ‘전일 대비 변동폭’부터 다시 봤는가

by 박온유

잠시 뉴스를 읽다 댓글 하나에 멈춰 섰다.
“환율이 7%나 뛰어서 국민 재산이 증발하는데 왜 이재명에게는 뭐라 하지 않느냐”는 문장이었다.

익숙한 분노의 형식이었다. 숫자를 던지고, 책임을 지정하고, 맥락을 생략하는 방식.

그런데 이 문장은 환율을 이야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었다.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무엇 때문에 환율이 움직였는가에 대한 질문 말이다.


그래서 나는 환율의 절대 레벨이 아니라, 전일 대비 변동폭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직후의 환율은 단순히 “높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루에 20원 이상 급등했다가 다시 30원 가까이 빠지는 일이 반복되었고, 방향성 없는 급변동이 이어졌다.

이 시기의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이나 금리 차이를 반영한 가격이 아니라, 국내 정치 불안정이 만들어낸

공포의 흔적에 가까웠다.


시장은 얼마가 적정 환율인가를 계산하지 않았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가를

먼저 판단하고 있었다.

이 국면의 환율을 두고 단순히 “올랐다”고 말하는 것은, 폭풍 속 바다를 보며 파도가 좀 높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분명한 변곡점은 선거를 전후해 나타났다.

환율 레벨 자체는 여전히 높은 구간에 머물렀지만, 전일 대비 변동폭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널뛰던 움직임이 사라지고, 상승과 하락이 점차 완만한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 심리가 갑자기 좋아졌기 때문도 아니고, 외부 환경이 갑자기 개선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국가가 외환 시장을 관리할 수 있고, 실제로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읽히기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환율은 자유시장 가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의 집합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아니라,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다는

능력의 암시에서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환율은 분명히 올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상승의 방식이다.

하루하루 미쳐 날뛰는 변동성은 크게 줄었고, 시장은 고환율 상태를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뉴노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통제가 완벽하다는 뜻도, 문제가 사라졌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환율이 더 이상 국내 정치 불안정에 의해 즉각적으로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벗어났다는 신호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결정적이다.


그 이후 이어진 환율의 완만한 상승은 국내 정치가 아니라 대외 환경과 구조적 요인의 결과다.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리스크, 강달러 기조와 미국의 금리 정책,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이탈,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해외 자산 배분 확대, 그리고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 투자자의 상시적인 달러 수요까지.

이 모든 요인이 겹치며 환율은 서서히 위로 밀려왔다. 이는 공포의 급등이 아니라, 시장이 받아들인 구조적

상승이다.


그래서 “환율이 7% 올라 국민 재산이 증발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을 단순화한 말이 아니라,

구조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말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얼마까지 올랐느냐가 아니라, 어떤 국면에서 어떻게 움직였느냐다.

비상계엄 직후의 환율 급변은 국내 불안정이 만든 공포였고, 선거를 거치며 변동성이 줄어든 것은

국가 관리 신호의 결과였으며, 그 이후의 상승은 글로벌 환경과 자본 이동이라는 구조의 산물이었다.

이 세 단계를 구분하지 못하면 환율은 분석 대상이 아니라 분노를 던지기 위한 숫자로만 남는다.


환율을 욕하는 것은 쉽다. 숫자는 자극적이고, 책임을 묻기에도 편하다. 하지만 분석은 불편하다.

맥락을 봐야 하고, 구조를 인정해야 하며, 감정이 아니라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이후 환율은 비싸졌지만, 통제 불능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 한, 환율에 대한 어떤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환율 레벨이 아니라 전일 대비 변동폭부터 다시 봤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상기 차트는 실제 외환은행에서 2024/12/1~ 2026/1/23일까지 환율변동자료를 사용해 제가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