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어떤 행동에도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으니까
그림을 그리면 뭐 하나.
글을 쓰면 뭐 하나.
노래를 만들면 뭐 하나.
아무리 애를 써도
TV를 장악한,
유명하다는 사람들의 손짓 하나에도 못 미치는데.
그들이 한 번 웃고, 한 번 말하면
세상은 그쪽으로 기울어지는데.
나는 여기서
분필을 쥐고,
문장을 고치고,
숨처럼 느린 노래를 만들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세상이 평화로워지길 바란다고 말하는 게
이제는 조금 부끄럽다.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어니스트에 기부해도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은 여전히 죽고
폭력은 여전히 제도 안에서 숨 쉬고
뉴스는 매일 더 빨라질 뿐이다.
그럼 나는 뭘 하고 있나.
아무도 보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아무도 크게 듣지 않는 노래를 만들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어쩌면
이건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무력함에 매달린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나 자신에게 증명하려는
초라한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손을 놓지 못한다.
완전히 놓아버리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될 것 같아서.
아무도 보지 않아도
아무 영향도 없어 보여도
그래도
그리지 않으면 안 되고
쓰지 않으면 안 되고
노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건 희망이 아니라
단말마에 가깝다.
“나는 아직 인간이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나는 세상을 향해
아직 말을 걸 수밖에 없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은 버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