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가 지나간 자리의 냉소
오늘 아침 8시 25분, 모니터에 찍힌 숫자는 1,464.60원이었다.
하지만 9시 개장과 동시에 환율은 1,481.06원으로 수직 점프하며
시장을 단숨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불과 30분 만에 벌어진 이 16원의 '갭'은 거시경제학적 지표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비이성적인 도약이었다.
지금의 외환 시장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트럼프'라는 특정 개인의 입술 끝에
저당 잡혀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가 내뱉는 정제되지 않은 보호무역주의 발언들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완전히 거세하고,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책 불확실성 지수(EPU)'를
임계치 너머로 밀어 올렸다.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정치적 수사만이 가격을 결정하는 기괴한 시대,
우리는 지금 경제 지표가 아니라 한 인물의 기분을 읽어야 하는
우스운 현실에 살고 있었다.
여기에 '전쟁'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금융 시스템은
한순간에 '잡주'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란 전쟁이라는 실체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최정점 위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치명적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짧은 찌라시 하나가 알고리즘 매매와 결합하는 순간,
시장은 합리적 판단을 멈추고 뱅크런에 가까운 쏠림 현상을 보였다.
오늘 장 중 목격한 1,482.67원이라는 고점은 정보의 진위보다
'남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가짜 숫자에 불과했다.
나는 이 광기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의 폭등이 일시적인 심리적 노이즈라 판단했고, 1,471원이라는 선을
1시간 넘게 지켜보며 인내했다.
그것은 찰나의 판단이 아니라, 시장이 그 지점을 저지선으로 확정 짓는 과정을
충분히 관측한 뒤에 내린 결론이었다.
차트가 그 선을 견고하게 지켜내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는 1,472원 선물을 잡으며 방어선을 쳤다.
정상적인 주말이 지나간다면 월요일은 당연한 듯 1,460원선에서 시작하겠지만
트럼프는 주말만 되면 사고를 쳤다.
주말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1,472원의 보험은
나쁜 시나리오에 대비한 실존적인 결단이었다.
오후 2시를 넘어 3시를 향해가자 시장은 금요일의 전형적인 관성을 따르는 듯했다.
주말 사이 터질지 모를 리스크를 경계하며
환율은 다시 1,475원선까지 차분히 고점을 높여갔고
그대로 마감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상식적인 흐름은 장 마감을 앞두고 다시 한번 붕괴되었다.
특별한 경제적 하방 요인이 없음에도 환율은 기괴한 수직 낙하를 시작하더니
기어이 1,467.28원이라는 저점을 다시 갱신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아침의 공포가 오후의 안도로 바뀌는 이 드라마틱한 반전 앞에서
나는 기이한 해방감을 동반한 냉소를 느꼈다.
예측을 비웃으며 매 순간 경신되는 현실을 무감정하게 지켜보는 일.
누군가는 이 변동성에서 비명을 지르겠지만
나는 그저 이 비이성적인 연극의 관객으로 남기로 했다.
숫자는 숫자의 길을 가고, 나는 이 소란스러운 전장을 뒤로하고
담담히 나의 퇴근길을 준비할 뿐이다.
1,467.28이라는 차가운 기록만이 오늘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