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암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주 아프다'는 말은 통증과 타협하며 일상을 끌고 나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아픈 머리를 쥐고서라도 문장을 써 내려가고, 흐릿한 시야로도 모니터를 마주하며 어떻게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상태다.
그때의 통증은 삶의 배경음악처럼 늘 깔려 있지만, 적어도 내가 내 삶의 지휘봉은 쥐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주일씩 이어지는 깊은 병증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타협이 아니라 존재의 '중단'이다.
이때의 통증은 사유의 공간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고 내 존재 전체를 집어삼킨다.
글을 써야 한다는 부채감, 유튜브 영상을 올려야 한다는 계획,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호기심까지.
나를 구성하던 모든 것들이 통증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간다.
가장 기괴하고 무서운 것은 '기억의 소멸'이다.
통증이 휩쓸고 간 자리에 일주일치의 일상이 남지 않고 그냥 텅 비어버렸다.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암전의 상태.
아무런 사유도 할 수 없었던 그 진공의 시간들이 나를 가장 무력하게 만든다.
시간은 시곗바늘이 아니라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약물의 농도로만 측정될 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은 전쟁의 포화 속에 있었다.
남들은 이미 겪고 있던 그 거대한 충격이, 기억을 잃어버린 내게는 뒤늦게,
그러나 몇 배는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박혔다.
내가 부재했던 그 일주일 동안 세상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그 사실조차 모른 채 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는 불안은 이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된다.
전쟁이라는 외부의 혼란과 기억의 공백이라는 내부의 혼란이 만나 나의 평화는 더 깊은 수렁으로 밀려난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다시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일주일 동안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다시 숨을 쉬고 다시 문장을 쓸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내 몸이 벌인 처절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엉망이 된 주말과 사라진 일주일에 대해 대단한 교훈을 남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런 시간들이 내 삶의 지도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신을 차려 이 공백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조용히 남겨두고 싶다.
엉망이었지만 지나갔고 나는 비로소 오늘 이 문장을 적으며 다시 '나'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