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喜怒哀樂)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삶의 정직함

by 박온유


나는 유기화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따라서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가장 정직하고 투명한 '화학적 추출 과정'으로 바라본다.

내가 이 커피에 '희노애락'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밀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한 방울의 추출액 속에, 나는 삶의 모든 감정과 윤리적 선택을 응축한다.




1. 배전(Roasting)의 선택: 윤리와 맛의 경계

나의 배전도 선택은 맛의 스펙트럼 확보와 화학적 안전이라는 두 가지 윤리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나는 배전도를 항상 미디움(Medium)에서 하이(High) 사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 화학적 안전: 고온 배전 시 발생 위험이 높은 아크릴아마이드나 벤조피렌 같은 유해 물질의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 배전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건강을 무시하는 비윤리적인 상업주의에 대한 지적인 노여움(怒)을 이 과학적 통제로 극복한다.


• 복합적인 향미: 나는 커피 원두를 태우지 않으므로, 불쾌하고 텁텁한 아주 쓴맛은 발생하지 않는다. 단맛, 신맛,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쓴맛이 조화롭게 존재한다.




2. 정밀함의 극한: 분자 크기와 1:2 드립 리스트레토


나의 추출은 유효 성분에 대한 정확한 화학적 이해에서 시작된다. 커피 성분은 추출 순서에 따라 신맛 - 단맛 - 쓴맛 순으로 녹아 나오는데, 이는 바로 분자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 화학적 순서: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분자량이 가장 작아 물에 가장 빠르게 용해된다. 그다음으로 단맛을 내는 당(Sugar) 성분이 추출되며, 쓴맛을 유발하는 고분자 물질과 섬유질은 분자량이 가장 커서 가장 늦게 추출된다.


• 윤리적 차단: 일반적인 커피의 끝맛은 유효 성분과 무관한 섬유질의 잔여물에서 비롯된 텁텁한 쓴맛일 뿐이다. 나는 이 불필요한 맛의 추출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50g의 원두를 사용하여 총 100g의 에센스를 추출하는 1대 2 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진정한 향미가 절정에 달했을 때 추출을 멈추는 화학적 선택이다.




3. 희(喜)와 노(怒): 삶의 시작과 윤리적 통제


나의 추출은 가장 빠르게 녹아 나오는 분자에서 시작되는 희열과, 화학적 안전을 지키려는 노여움의 통제로 이루어진다.


• 喜 (기쁨): 신맛의 상큼함:

근원: 분자량이 가장 작은 신맛(유기산)이 가장 먼저 추출되어 나오는, 그 순간적인 상큼함이야말로 삶의 시작과 같은 순수한 기쁨이다. 나의 1대 2 추출은 이 기쁨의 성분을 최대한 응축한다.


• 怒 (노여움): 화학적 윤리:

철학: 고온 배전 시 발생 위험이 높은 아크릴아마이드, 벤조피렌 같은 유해 물질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미디움에서 하이 사이의 배전도를 선택한다. 건강을 위협하는 상업주의에 대한 지적인 노여움을 이 과학적 통제로 극복한다.


4. 애(哀)와 락(樂): 깊이의 포용과 완성의 즐거움


나의 추출은 삶의 복합적인 깊이를 받아들이는 슬픔(애)과, 완벽한 균형을 찾아가는 즐거움(락)으로 이어진다.


• 哀 (슬픔): 복합적인 향미의 조화:

정의: 슬픔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쓴맛이 아니다. 신맛의 기쁨, 단맛의 즐거움, 통제된 쓴맛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복합적이고 깊은 향미야말로 슬픔이다. 나는 섬유질의 쓴맛이 아닌 이 모든 맛이 조화로울 때 추출을 완료함으로써, 삶의 모든 감정이 섞여 만들어지는 깊이를 한 잔에 담아낸다.


• 樂 (즐거움): 단맛의 극대화:

과정: 추출 후 100g의 리스트레토 원액을 스월링(Swirling)을 통해 공기와 접촉시켜 단맛을 극대화한다. 이는 곧 통제된 과정이 선사하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다. 단맛이 극대화된 에센스에 물을 가수하여 최종 용량 300g으로 맞춘다.


그리고 잔에 옮겨 완성한다.




드립이 끝난 뒤, 이 공간에는 오직 내가 의도하고 통제한 순수한 커피의 향만이 남는다. 나는 희노애락이라는 삶의 모든 감정 속에서도, 이 커피를 통해 매일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