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ve Idea'
오늘 출근길, 도로는 핏물 같은 빨간 브레이크 등만 가득한 정체된 늪이었다.
차창 밖 풍경은 흐릿했고, 내 시야는 앞차의 뒷모습에 고정된 채 멍해졌다.
차 안을 가득 채운 'A Love Idea'의 바이올린 선율은 아름답다 못해 잔인했다.
그 애처로운 떨림이 핸들을 잡은 내 손목을 타고 넘어와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비웃는 것 같았다.
마치 거대한 장례 행렬 같았던 그 길 위에서, 나는 정작 내가 도착한 곳이 인생 3막의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비상구가 폐쇄된 막다른 골목임을 깨달았다.
나는 베이비부머도 아니고 MZ도 아닌, 그저 위아래로 치이며 닳아버린 낀세대였다.
꼰대들의 강압적인 지시는 거부하지 못해 온몸으로 받아냈고,
자기주장 분명한 후배들에게는 차마 일을 분배하지 못해 모든 짐을 홀로 짊어졌다.
12년 근속이라는 시간은 나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과 재능을 마모시키고 지워버렸다.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속 인물들처럼,
나 역시 이 지독한 일상에서 벗어날 구멍이 없음을 절감했다.
마크 노플러의 선율이 머릿속을 맴돌 때마다 내가 가졌던 '사랑스러운 아이디어'들은 하나둘 부서져 나갔다. 이직도, 도전도 늦어버린 나이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덩그러니 남았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가짜 같았다.
붉은 브레이크 등을 흐린 눈으로 응시하며 느꼈던 그 무력감은 이제 사무실의 공기에 그대로 섞여 있다.
발전시키지 못한 재능에 대한 후회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목록만이 가슴속을 맴돌았다.
이미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하루를 시작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비상구를 찾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메마른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오직 깊은 한숨뿐이다.
그 한숨을 삼키며 나는 지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탁, 탁, 탁. 이 메마른 타이핑 소리만이 비상구가 닫힌 방 안에서 내가 내뱉는 유일한 비명이자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