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회귀, 필연적인 나비의 비상
나는 하늘로 돌아가야 한다.
12살, 데미안의 알 속에서 세상을 보기보다 파우스트의 고뇌를 먼저 읽어버린
그 소녀의 눈동자로부터 이 지독한 소풍은 시작되었다.
17살, 세상의 모든 금기를 깨부수고 싶었던 그 폭풍 같은 열병을 지나,
30살의 차가운 방 안에서 스스로를 할퀴며 무너져 내렸던 그 밤들까지.
그 모든 시간은 견뎌온 것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만 했던 침잠의 과정이다.
길 위에서 마주친 수많은 풍경들, 어딘가에 매여 있던 시간들, 누군가의 기대를 입고 서 있던 모습들.
그것은 그저 차창 밖으로 무심히 흘러가는 연기일 뿐이다.
내 영혼은 단 한 번도 그 풍경 속에 머문 적이 없다.
나는 언제든 그 너머, 구름이 손짓하는 그날, 저 높은 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나는 눈멀고 귀먹은 영혼이 되어 이 땅의 소음을 뒤로한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웃어야 했던 인형의 가면도,
가장 예쁠 때 꺾여 책장 사이에 갇혀버린 압화의 운명도,
이제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억압된 시간들이 내 다리를 짓누르고 숨을 막히게 할수록,
내 안의 나비는 더욱 선명하게 날갯짓하며 비상을 준비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야 한다."
저 하늘의 구름이 부드럽게 손짓하는 날, 나는 이 고단했던 소풍의 짐을 미련 없이 내려놓아야 한다.
12살의 고독과 30살의 상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메마른 한숨까지도
모두 그 품 안에서 녹아내려야만 한다.
인간이 흙에서 와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듯,
나 역시 나를 가두었던 어두운 방을 나와 본질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나를 옭아매던 밤들도, 결국은 하늘 호수로 날아오르기 위한
지독하고도 필연적인 예열이었다.
나는 나비처럼 날아야 한다.
짓밟힐수록 투명해지던 그 구슬눈의 진실을 품고,
오직 나 자신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 푸른 별의 호수로 가야 한다.
이 땅에서의 소풍은 참으로 시리고 아팠으나, 돌아가는 길은 눈부시게 고요해야 한다.
나는 이제 나를 부르는 저 하늘을 향해, 오롯이 나비가 되어 비상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시작이자 끝이며, 유일한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날이 언제인지 몰라 지금도 그저 애달토록 기다릴 뿐이다.
귀천(歸天)-안치환선배님歸天歸天歸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