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영상의 범람

불안이 확신의 언어로 번역되는 시대

by 박온유

요즘 유난히 경제, 투자, 주식, 금에 대한 영상이 넘쳐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많아졌을까.
아니면 모두가 동시에 똑똑해지기라도 한 걸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건 욕망의 증가라기보다 불안의 노출에 가깝다.

사람들은 지금 일해서 얻는 미래를 잘 믿지 못한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물가는 설명 없이 먼저 앞서가고,
미디어는 점점 “각자 알아서”라는 말을 쉽게 꺼낸다.

그 틈에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그럼 나는 뭘 붙잡아야 하지?

이 질문에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가장 시끄럽게 답하는 것이
투자 영상들이다.
주식, 코인, 금, 부동산.
형태는 다르지만 말은 비슷하다.

지금 안 하면 늦는다.
모르는 사람만 손해 본다.
위기는 기회다.
가만히 있으면 가난해진다.

이 말들은 희망처럼 들리지만 실은 불안을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안을 계속 유지한 채 방향만 틀뿐이다.


불안한 사람은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보고, 더 빨리 결정을 맡긴다.
그래서 이 시장은 불안을 해결하는 시장이 아니라
불안을 연료로 삼는 시장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보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문제는 정보가 놓이는 구조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위험은 철저히 개인의 것이고,
실패는 개인의 무지로 환원되며, 성공은 개인의 통찰로 미화된다.
반면 그 판단을 부추긴 말들은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선택의 속도와 방향이 이미 설계된 채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흐름이 ‘금융 교육의 확산’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나는 조금 불편해진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미래를 걱정하게 되었는지,
왜 그 불안은 항상 투자라는 언어로만 번역되는지.


이건 부를 나누자는 이야기라기보다 불안을 개인에게 넘기는 시대의 증상이다.
안전망이 약해질수록 확신의 언어는 더 잘 팔린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하라고 말하는 콘텐츠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존중해 주는 말이 더 귀해진다.


지금 이 질문은 투자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질문은 우리가 어떤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불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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