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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며

프랑스학교에 다닌 지 어언, 8년 차

by 선량

2019년 12월. 내 첫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라는 책이었다. 당시 내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이었고, 책에 담긴 아이들의 이야기는 겨우 유치원 때였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뉴델리에 살고 있었다. 나는 sns에서 열심히 활동하지도 않았으며 유명한 작가도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책은 잘 되지 않았다.

작가가 정말 되고 싶어서 쓴 책이었는데, 막상 작가가 된 후엔 갈길을 잡지 못했다. 내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고, 그로 인해 출판사에 폐를 끼친 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날 작가의 길로 인도해 준 고맙고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그 이후 나는 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글을 썼고, 지금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예전 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내 아이의 한마디 때문이다.


"다음번엔 내 분량을 좀 더 많이 써줘!"



몇 달 전 둘째 딸아이가 그 책을 두 번 완독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의 문장을 정독하며 읽은 것이다. 유치원생이었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 책을 읽는 아이가 된 걸까? 감회가 새로웠다.

아이에게 책을 읽은 소감을 물어보았다.

"음.... 우리 옛날 모습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 근데 내 분량이 너무 적어."

나는 예상치 못한 아이의 답변에 웃음을 빵!! 터트렸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오빠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이 말을 덧붙였다.

"다음번엔 내 분량을 더 많이 써줘!"



아이들의 다음 이야기를 또 쓸 자신이 없었다.

물론 sns에는 많이 썼지만, 또다시 자녀육아서를 쓰진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의 저 말이 “내 이야기를 더 써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렸다.



'아이들이 십 대가 되어 유치원 시절의 이야기를 읽은 것처럼,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십 대 시절의 이야기를 읽는 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아이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우리 가족은 좀 특별한 것 같아.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 살지 않잖아?"

이 말 끝에 아이는 항상 같은 말을 덧붙인다.

"이 정도면 행복한 삶인 것 같아."


이제 겨우 11년을 산 아이가 느끼는 행복은 도대체 무엇일까?

혹시, 우리 부부가 행복을 느끼도록 강요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서 그 마음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달이면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제 두 아이 모두 어엿한 프랑스학교 중학생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 학교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프랑스 학교에 다니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어떤 상황이 닥쳐도 우리는 서로 협력하며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십 대 아이들과 해외에서 살고 있는 십 대 아이들의 모습을 너무 비교하진 않을 생각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있고, 환경이 있는데 아이들의 삶을 비교해 봤자, 교육 환경과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의 학업환경도 쉽게 변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이렇게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브런치북이라는 작은 창을 통해 다정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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