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안아, 일어나! 6시야."
전날 밤, 아침 6시에 꼭 깨워달라는 아이의 요청이 있었다. 대부분 그날 시험이 있거나, 구술 테스트가 있으면 아이는 평소보다 일찍 깨워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 때문에 일찍 깨워달라고 했다. 그건 바로, 샤워!
학교 가기 전에 씻고 가겠다며 일찍 깨워달라고 했다. 샤워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한 시간이나 일찍 깨워달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아이의 요청대로 6시에 아이를 깨웠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더니 다시 누우며 말했다.
"엄마, 20분만 더 잘게. 다시 깨워 줘....."
그럼 그렇지....
큰 아이가 샤워를 후다닥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식탁에 앉았다. 며칠 째 같은 바지를 입고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지안아, 바지 좀 다른 거 입자."
"싫어. 이게 제일 좋아."
"좋아도 그렇지. 맨날 그 바지만 입으면 어떡하냐. 냄새날 건데."
"아직 괜찮아."
"샤워를 하면 뭐 해. 옷에서 냄새나면 말짱 도루묵이야."
"하루만 더 입고 빨게."
"아이고, 알아서 해라......"
그 사이 7시, 알람이 울렸다. 이젠 둘째 딸아이를 깨울 시간이다.
"소은아, 일어나! 7시야."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아이씨."
"7시라니까."
"아이, 알았어!"
어째 기분 좋게 일어나는 법이 없다.
아들아이가 아침밥을 다 먹도록, 딸아이는 방 밖을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침대에서 일어나는 걸 봤는데 방 안에서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소은아, 빨리 나와서 아침 먹어!!"
그제야 밖으로 나오더니 다시 옷 방으로 들어간다. 그 방엔 길쭉한 전신거울이 있다. 아이는 거기에 서서 자신의 옷을 비춰보고, 긴 머리를 빗고 있다. 몸에 착 달라붙은 레깅스에 크롭티를 입고 나오는 딸아이를 향해 아들아이가 한마디 던진다.
"야, 너 옷이 좀 그런데?"
"내 옷이 왜?"
"너무 좀 딱 달라붙었잖아. 너 엉덩이가 다 티나."
"뭔 상관이야? 레깅스니까 그렇지. 다들 이렇게 입고 다녀."
"야, 그래도 좀 민망하잖아."
"오빠나 옷 좀 갈아입어!!"
딸아이 가까이에 있던 아들아이가 코를 막고 말한다.
"야, 너 머리나 감아. 너 언제 씻었어?"
"몰라."
"야, 샤워냐 좀 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두 아이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잘 씻지만, 옷을 잘 안 갈아입는 아들과 옷을 날마다 갈아입지만 잘 안 씻는 딸.
"엄마가 보기엔 너희 둘 다 도긴개긴이야!"
식탁에 앉은 딸아이가 아침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겨우 블루베리 몇 알을 입에 넣더니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닌가?
"소은이, 너 더 먹어야지. 왜 이렇게 안 먹어, 빵이 그대로 있잖아."
"엄마, 먹을 만큼 먹었는데? 빵도 조금 먹었어."
자세히 보니 빵 한쪽 부분이 쥐가 갉아먹은 듯이 뜯겨있었다.
"이게 먹은 거야? 너 살쪄야 되고, 키 커야 된다면서 이렇게 안 먹으며 어떡하냐!!!"
"먹기 싫은 걸 어떡해. 배가 안 고파."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들아이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엄마, 나는 내 몫 다 먹었어!!."
결국 식탁엔 먹다 남은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건 또 내가 처리해야 할 몫이다. 이러니 내가 살이 안 빠지지.
아직 등교시간까지 10분 정도 남았다. 두 아이는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떤다.
"오빠, 난 알람을 새벽 3시에 맞춰놨어."
"왜? 너 아침에도 못 일어나면서."
"새벽 3시에 알람이 울려서 깨잖아? 그러면 기분이 좋아져. 왜냐면 4시간 더 잘 수 있으니까."
"야, 그게 뭐가 좋아. 한번 깨면 다시 잠이 안 드는데?"
"아니야, 난 그대로 다시 잠들어. 근데 아침 7시에 깨면 더 잘 수가 없어서 기분이 안 좋아."
"야, 너 변태냐?"
"뭐, 내가 행복하면 된 거 아니야?"
"헐......."
두 아이의 말을 듣고 있으니 헛웃음이 난다.
그래, 네가 행복하다니 다행이다.
그나저나 얘들아, 7시 30분이다.
학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