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로 글쓰기를 가르칠 수 없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다.
다만, 글 쓸 용기와 자신감, 쓰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켜 줄 뿐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36p>
작가가 된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강연 일정이 잡혔다.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의 청년부 수련회 때 선택 특강으로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금껏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했었는데 오프라인이라니.... 그것도 청년들 대상이라니.... 마음이 콩닥콩닥 설레기 시작했다.
해외에 사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둘 떠올랐다. '왜 청년의 때에 글을 써야 하는지'부터 '좋은 글을 쓰는 방법'까지. 글쓰기 동기부여부터 방법론까지 모두 말해주고 싶은 욕심이 차올랐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그동안 참 많은 글쓰기 강연을 했지만, 정작 그들 중 글을 써서 작가가 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준비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들에게 그저 나의 글쓰기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글쓰기를 책에서 배웠다. 당시엔 온라인 글쓰기 강의가 많지도 않았거니와 강의가 있어도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뭐가 그렇게 나를 간절하게 만들었던지....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모조리 사서 읽었다. 그리고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을 발췌해 작은 노트에 적어두었다. 나라에서 나라로 이사하면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모두 처분했지만, 이 글쓰기 노트만은 꼭 챙겨 넣었다.
글쓰기 강연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글쓰기 노트를 꺼내보았다. 4년 전에 내가 써두었던 문장들을 하나, 둘, 헤아렸다. 강원국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글쓰기 강의를 듣지 못한 서러움'을 달랬던 과거의 내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책에서 얻은 "글을 쓸 용기와 자신감,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이런저런 핑계로 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저장해 둔 글은 많으나 자기 검열에 걸려 발행까지 이르지 못한 글도 수두룩하다.
앞뒤 재지 않고 일단 쓰고 발행했던, 무식하지만 용감했던 과거의 내가 좀 그립다.
용기와 자신감, 의욕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요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도 자신감일까? 거기에 더해 부지런함일지도 모르겠다.
4년 전에 내가 기록해 둔 문장을 꺼내어 젊은 청년들에게 전해주어야겠다.
나의 강의로 그들에게 글을 쓸 용기와 자신감, 의욕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이런 마음을 넘어 진짜 글을 쓰고 작가가 된다면,
나의 강연은 '성공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