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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02. 2019

부부란 무엇일까?

여덟번째 기념일


혹시, 후회하고 있는 거 아니야?


진심인 듯 농담처럼 그는 말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짝 떨렸다.

" 글쎄, 후회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기는?"

"난 아니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괜히 기분은 좋다.




8년 전 오늘, 나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는 검정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내 머리는 올백으로 단정하게 뒤로 넘겨 하나로 묶여있었고 그의 머리는 어색하게 웨이브 져 있었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눈물은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저 빨리 오늘 하루를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언제 그와 결혼을 생각했더라?

처음 교제를 결심했을 때부터 먼 미래를 생각했다.

그와 교제하기 전, 꿈을 꾸었다.

그와 결혼하는 꿈을 꾸었다. 꿈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결혼하는 꿈을 세 번 연속으로 꾸고 나니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졸업반이던 그,

한 달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대학생이 될 그,

전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경상도 사람인 그.

나는 그와 결혼하는 꿈 때문에 그와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한 달 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네팔에 남았다.  그날도 4월이었다.

떨어져 있는 7개월 동안 그는 구구절절하게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먹을거리를 사서 보내고, 엽서를 보냈다. 네이트온으로 밤새 채팅을 하고, 스카이프로 밤새 대화를 했다.



8년 전 오늘, 우리는 결혼을 했고 신혼여행을 갔다. 필리핀 팔라완 섬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투명한 바다와 반짝이는 산호초,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바닷가....

그곳에서 싸웠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또 싸우고, 집에 돌아오는 공항열차 안에서 또 싸웠다.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싸울 때마다 후회했다. 그냥 혼자 살걸.....


"혹시 후회하는 거 아니야?"

후회? 이미 늦었다.

그와 함께 산 만 8년의 세월이 20년처럼 느껴진다.

8번의 기념일 중 6번을 방글라데시에서 보냈다.

그리고 지금, 인도에 있다.

함께한 세월보다 함께한 경험이 쌓여 후회하고 싶어도 이제 뒤 돌아볼 수가 없다.

그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그의 얼굴만 봐도 이제 다 아는데....


8번째 기념일, 하루 휴가를 내고 맛있는 점심을 사준 그가 고맙다.


부부란 무엇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랑스럽다가도 짜증이 나고, 다 이해가 되다가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사랑하니까 결혼했지."

"아빠가 결혼하자고 하면서 뽀뽀해줬어?"

"그러고 보니 뽀뽀도 안 해주고 결혼하자고 했네. 엄마가 속았네."

"진짜야 엄마?"

" 지안아, 넌 꼭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뽀뽀하고 결혼하자고 그래야 돼."

"응. 알겠어."

"어떤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난, 엄마 같은 사람......."


말이라도 고맙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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